정몽구 회장 "유럽이 원하는 차는 유럽에서…"

전 세계 주행시험장에서 막바지 테스트 중인 신형 제네시스가 유럽 명차의 본거지 독일 고급세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는 '그린헬'로 불리는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지난 3월부터 차량 내구성 테스트와 동력 성능 시험을 진행해왔다.

내구성 기준인 1만㎞를 이미 통과했다.

1972년부터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1만3천번 돌았다는 전문드라이버 헤렉고즈 미친(60)씨는 양산 직전의 신형 제네시스에 대해 "서스펜션이 강하고 승차감과 핸들링이 안정적인 차"라고 평가했다.

신형 제네시스 주행감성이 자신이 몰아본 BMW 등 유럽 브랜드의 대형세단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도 덧붙이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4일 위장막을 덮은 신형 제네시스DH에 미친씨와 동승해 옆자리에 타고 서킷을 돌아본 결과 신형 제네시스는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비가 내려 미끄러운 커브 도로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줬다.

직진 도로에서는 시속 220㎞까지 밟아도 흔들림없는 주행력을 보여줬다.

이 신형 제네시스는 마지막 시험 개선 단계의 시제차여서 양산되는 차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현대차는 덧붙였다.

제네시스 DH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 유럽의 고급 대형세단과의 직접 경쟁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경쟁 유럽차들의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담긴 차라고 현대차는 전했다.

특히 서스펜션 횡강성을 이전 제네시스보다 39% 개선해 코너링시 주행강성감(안정성)이 높아져 훨씬 든든한 코너 주행이 가능해졌다.

신형 제네시스는 거의 모든 고급차들이 적용중인 R-MDPS(고출력 전용모터가 랙을 직접 구동하는 시스템)를 국산차중 처음으로 적용, 조타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또 구간별로 기어비를 바꿔주는 가변기어비(VGR) 스티어링으로 안정감 및 민첩성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달 유럽 점검에 나섰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유럽 명차 브랜드들의 본거지인 독일에서 시험중인 제네시스 신차를 언급했다.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는 우리의 모든 기술을 집약해 만든 최첨단 럭셔리 세단으로 유럽의 명차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며 "현대차가 대형 세단으로는 처음 유럽시장에 내놓는 만큼 안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이 출시 전, 특히 해외출장 자리에서 신차에 대해 이처럼 높은 기대감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었다는 평이다.

한국 자동차로는 처음으로 2009년 북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선정됐던 1세대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를 늘려가 미국 진출 5년여 만에 1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1세대 제네시스는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유럽시장은 숙제로 남겨놓았다.

2세대 신형 제네시스로선 대형세단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와 정면 대결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은 "유럽 소비자들은 무엇보다도 감성 품질을 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유럽 소비자 취향이 적극 반영된 신차를 개발해야 한다"고 유럽방문 때 거듭 강조했다.

1세대 제네시스가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고급차 시장 진입의 연착륙을 위한 선봉에 섰다면 2세대 DH는 독일 고급 세단을 정조준해 고급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독일차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세대 신형 제네시스를 개발 초기부터 유럽에서, 유럽에 맞게, 유럽과 경쟁할 수 있고, 유럽을 넘어설 수 있는 모델로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고 강조했다.

이대우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유럽 고급 세단의 특징으로 알려진 스포티한 주행성능과 핸들링 등 유럽 특유의 감성이 담긴 주행 특성을 공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가 유럽에서 성공적인 반향을 일으킨다면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과 겨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제네시스를 통해 글로벌 프리미엄 대형세단 시장에 진입한 만큼 이제는 신형 제네시스를 대형세단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모델로 개발해 질적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뉘르부르크<독일>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