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독일에 차량시험센터 오픈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 9월 독일 뉘르부르크에 새로 지은 차량시험센터는 이달 말 출시되는 신형 제네시스의 산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혹독하기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바로 맞닿은 이곳 센터에서 신형 제네시스를 비롯해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개발하는 차량, 특히 유럽 전략형 차량은 주행성능 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1929년부터 운영된 뉘르부르크링은 독일의 중서부 라인란트팔트주 뉘르부르크 지역에 있는 장거리 서킷으로 줄여서 '링(Ring)'으로 불린다.

'모터스포츠의 성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코스로 악명높아 '녹색 지옥'(Green Hell)이란 별명으로도 통한다.

포뮬러 원(F1) 독일 그랑프리, 유럽 그랑프리,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 등 국제 모터스포츠 경기와 뉘르부르크링 24시, 뉘르부르크링 1천㎞와 같은 내구 레이스가 연중 열린다.

서킷은 크게 북쪽의 노르트슐라이페와 남쪽의 GP-슈트레케로 이뤄져 있다.

특히 20.8㎞의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은 300m에 달하는 심한 고저차와 73곳의 급커브 코너, 급격한 내리막길, S자 코스, 고속 직선로 등으로 구성돼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 주행 시험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개발하는 차량은 기본적으로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4주에서 6주 안에 총 480차례 완주해 1만㎞를 주행해야 한다.

이 기간에 승차감, 조종 안정 및 응답성, 서스펜션 특성과 같은 주행 성능은 물론 차량 내구성능과 파워트레인 동력 성능 등을 평가하게 된다.

이 서킷을 고속으로 1만㎞ 주행한 차량은 일반도로에서 18만㎞를 고속 주행한 것과 같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전문 드라이버들만이 차량을 검증하게 되는데 통상 직선 구간에서는 시속 190㎞, 코너 구간에서는 시속 130㎞의 고속으로 달린다.

산악지역인 이 서킷에서 자동차와 모터바이크들이 주행테스트를 하다 연평균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라고 센터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실제 서킷내 가드레일 펜스에는 차량에 심하게 긁히거나 부서진 곳들이 즐비했다.

현대·기아차는 과거 필요에 따라 뉘르부르크링 시험을 진행해 오다 유럽 감각의 주행성능 강화 및 현지 전략형 신차 개발을 위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에 나섰다.

이후 뉘르부르크링에서 상시적인 시험을 위해 자체 시험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해 6월 662만유로를 투자해 공사에 들어가 15개월만인 올해 9월 센터를 완공했다.

차량 점검 및 리워크가 가능한 작업공간과 사무공간이 포함된 건물 면적 3천600㎡의 4층 건물로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바로 연결되는 곳에 있다.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유럽기술연구소와는 160km 떨어져 있다.

뉘르부르크 워크숍 단지에는 전세계 44개 자동차업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현대·기아차와 한국타이어만이 속해있다.

연회비만 12만유로(약 2억원)에 달한다.

전세계의 신차 정보를 수집하는 파파라치들이 서킷 곳곳에 숨어 주행중인 위장차들을 촬영, 경쟁사나 미디어에 팔아넘기기도 한다.

현대·기아차는 뉘르부르크링에서의 신차 시험이 유럽에서 직접 체득할 수 있는 유럽만의 특징적 주행기술을 뽑아내 유럽내 연구개발 역량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대우 유럽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실제 도로의 특성이 집약돼 있고 급격한 코너가 많아 이곳에서 담금질된 신차들이 진일보한 유럽형 주행 감성을 갖추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시험 평가 결과는 유럽기술연구소와 남양연구소 등에 전달돼 차량 개발에 바로 반영된다"라며 "경쟁사들도 뉘르부르크링에서 성능 평가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이 자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의 야심작 신형 제네시스도 이곳에서 담금질 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 DH는 세계 곳곳에서 시험과 개선을 진행하며 유럽 명차의 DNA를 이식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뉘르부르크링 주행, 영암 서킷,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 북유럽 혹한 테스트 등 실도로 시험을 거쳤다.

현대차는 무엇보다 뉘르부르크링에서 단련한 유럽형 주행 성능과 및 R&H 신기술을 제네시스DH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북미시장에서는 영향력 확대를, 유럽시장에서는 성공적 시장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뉘르부르크<독일>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