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업 분할·건물관리업 양도 결정…패션-건설-레저로 사업 개편
지배구조 개편 관련있나 '관심'…삼성 "순수한 경영 차원의 결정"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데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을 분리해 별도 회사를 만들고 건물관리업은 팔기로 했다.

삼성에버랜드의 잇따른 사업 조정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변화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급식업과 건물관리업은 작년 매출의 52%
급식 및 식자재사업은 지난해 에버랜드 매출의 42%를 담당했다.

건설관련 사업(45%)에 이어 2위였다.

올 상반기에는 전체 매출의 45%가량을 올려 건설관련사업을 제치고 최다 매출을 기록한 사업이 됐다.

통상 하반기에 건설관련 사업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에도 연간으로는 건설관련사업에 뒤질 가능성이 크지만 어쨌든 삼성에버랜드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워터파크인 캐리비언베이와 놀이시설인 에버랜드 등 레저시설을 운영해 벌어들이는 매출은 11%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관련사업에 포함돼 있는 건물관리업이 작년 매출의 10%를 차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작년 매출 기준 52%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는 급식 및 식자재사업을 분리하기로 한 데 대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의 '몸집'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건설업, 레저업 등 성격이 다른 사업과 같이 묶어 두는 것이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하면 삼성에버랜드의 사업영역은 더 넓어지기 때문에 사업구조의 재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또한 패션사업 인수와 바이오 사업 등 신수종 사업 투자에 따른 투자 여력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과 함께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업을 본격화하는 단계로 접어듦에 따라 더 많은 투자여력을 확보해 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건물관리업을 에스원에 양도하기로 한 이유이다.

◇ 사업구조 패션>건설>레저로 개편…경영권 승계 관련 '관심'
12월 1일자로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급식 및 식자재사업을 분할하게 되면 삼성에버랜드의 사업구조는 지금과 크게 달라진다.

건설업-급식업-레저업에서 패션사업-건설업-레저업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에버랜드의 총 매출은 3조36억원이었으며 이중 건설업은 1조3천700억원이었다.

작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의 매출 1조7천억원보다 3천여억원 적었다.

여기에다 작년 매출이 3천11억원이었던 건물관리업이 내년 1월10일까지 이관되면 건설사업의 비중은 더 줄어든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구조 개편은 이 회사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배경, 영향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어 삼성에버랜드의 변화는 그룹의 변화와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세간의 섣부른 추측을 경계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주회사로의 변화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순수한 경영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부거래비율이 높은 급식·식자재 사업을 분할한다고 하더라도 100% 출자회사인 경우에는 일감몰아주기 대상산정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