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계학회가 1일 개최한 창립 40주년 심포지엄에서 전성빈 서강대 교수(오른쪽 두 번째),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세 번째), 송인만 성균관대 교수(네 번째) 등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국회계학회가 1일 개최한 창립 40주년 심포지엄에서 전성빈 서강대 교수(오른쪽 두 번째),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세 번째), 송인만 성균관대 교수(네 번째) 등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11월1일 오후 4시8분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개방 이후 벌어들인 돈이 무려 410조원입니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은 손해를 본 것이지요. 바로 정보 불균형, 회계 불투명성 때문입니다.”

송인만 성균관대 교수는 기업 회계가 투명하지 못하면 결국 외국인투자자의 배만 불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1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한국회계학회 창립 40주년 심포지엄’에서다.

송 교수는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자금조달을 활성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계투명성이 낮을수록 일반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 특히 외국인투자자와의 정보 불균형이 심화되고 결국 투자 성과에서도 실력 차가 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애널리스트들과 신용평가회사들이 기업 회계정보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보 우위에 있는 외국인들은 1992년 이후 21년간 주식시장에 52조원을 투자해 410조원을 벌어들였으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28%)의 세 배에 달하는 786%의 수익률을 냈다는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낙제급’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회계투명성 수준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렸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패널토론에서 “국제기관이 발표한 회계투명성 평가지수는 한국 기업인들의 주관적 의견을 설문조사한 것으로 신뢰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 현인인 워런 버핏은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인 ‘다트’를 극찬하기도 했는데, 우리는 한국의 투명성 실체를 스스로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그러나 “해외 학회에서 독일의 교수가 한국 기업의 공시 데이터로 연구해도 신뢰도에 문제가 없는지를 물어 당황했다”며 “이것이 해외에서 우리의 회계정보를 바라보는 시각이자, 냉정한 현실”이라고 맞받아쳤다.

한국은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서 회계투명성지표가 지난해보다 16계단이나 추락한 91위에 랭크됐다. 스위스 국가경영개발연구원(IMD)은 평가대상 60개국 중 한국을 꼴찌 수준인 58위에 올렸다.

회계투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박희춘 금융감독원 회계감독2국장은 “분식회계는 사기라는 점을 기업인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식회계 관련 기업인과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 강화, 감사품질이 높은 기업에 대한 보상제도 도입,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와 같은 회계당국 설립 등도 회계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