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다"면서도 "내년 시즌에도 10승과 평균자책점 2점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겨우내 잘 쉬고 열심히 운동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시즌을 마치고 지난달 29일 귀국한 류현진은 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저스에서 보낸 한 시즌을 돌아보고 다음 시즌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류현진과의 일문일답.

-- 오자마자 한국시리즈 봤는데 느낌은. 한국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 시간이 안 맞아서 야구장에 늦게 도착했다.

늦어서 보기 힘들 것 같았는데 동점이 되는 바람에 찾아갈 수 있었다.

작년까지 뛰던 한국야구의 가장 큰 경기라 구경하려 했다.

한국 와서 3일 됐는데, 시차 적응 잘하고 있다.

-- 라커룸에서 인사를 특이하게 한다는데, 어떤 것인가.

또 귀국하는 날 자신에게 99점을 줬는데 빠진 1점은 뭔가.

▲ 인사하는 것은…빼달라.(웃음) 100점 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동부에 가서 시차적응 못한 것이 아쉬움 남아서 1점을 뺐다.

내가 99번이기도 하고.
-- 메이저리그와 한국 야구의 차이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설명해달라. 체인지업이 얼마나 큰 무기가 됐나.

▲ 초반에는 4일 쉬고 5일째 던지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선수가 무조건 맞춰서 해야 하는 상황이니 맞췄다.

10경기 정도 지나니 적응이 되더라. 그러다 보니 좋은 경기가 계속 나왔다.

체인지업은 한국에서 던졌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 미국도 다를 바 없다며 자신을 낮추지 않고 자신감있게 맞붙은 면이 화제를 모았는데.
▲ 한국야구나 미국야구나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힘이 좋은 것 말고는 차이가 크지 않다.

야구는 다 똑같다.

갔을 때부터 하던대로만 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언론에서 관심을 끈 모양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타자는.
▲ 우선 헌터 펜스가 1번이다.

2번은…누구지? 그 선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많이 상대하고 많이 맞은 선수는 그 선수뿐인 것 같다.

-- 한 시즌 보내면서 한국 때와 가장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또 메이저리그에 오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 한국에 있을 때보다 모든 연령층의 분들이 다 알아보시는 것 같다.

한국에서 야구했을 때보다 야구장 등 시설이 좋은 것 말고는 크게 생각나는 것 없다.

어느 구장을 다녀도 경기장만큼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 우리베와의 관계가 궁금하다.

▲ 시즌중에 홈에서는 다들 가족이 있으니 만나기 어렵지만 원정을 가면 함께한다.

한국식당에 한 번 데려갔더니 좋아해서 다음에도 계속 데려가 달라고 하더라. 같이 다니다보니 친해졌다.

미국 선수들은 한국에서처럼 시즌 마치고도 뭉치지는 않는다.

한국에 오기 전에 헤어질 때는 그냥 인사만 나눴다.

-- 원정 가서는 어떤 '루틴'으로 준비했나.

▲ 던지는 날은 거의 점심먹을 때 한국식당 찾아가려 했다.

한국식당 없는 곳에서는 마틴 형이 사다준 것을 먹었다.

경기 날에는 LA이든 원정이든, 좋았던 일이 있다면 그 스케줄로 계속 소화했다.

안좋을 때는 꼭 바꿨다.

-- 메이저리그 진출 전에 김병현에게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안다.

마찬가지로 다른 선수들이 조언을 요청한다면 무슨 말을 하겠나.

▲ 다들 저보다 선배들이다.

미국 온다면 나보다 좋은 성적 낼 것 같다.

특별히 조언한다면 선수들과 빨리 친해지라는 것이다.

또 내가 김병현 선배에게 들었던 것처럼 운동 방법은 나의 원래 방식으로 했던 점도 이야기해주고 싶다.

-- 1회 징크스의 원인으로 불펜투구를 안하는 점이 꼽히기도 하는데.
▲ 올해 초반에 참 많이 맞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년에 불펜투구 할 생각 없다.

그냥 4일간 빠르게 회복하는 것만 신경쓸 것이다.

등판 간격이 조금씩 길어진다면 한 번씩 하더라도 시즌 중에 할 생각 없다.

신구종 개발도 전혀 없다.

--초반 징크스의 원인은 뭔가.

▲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다 보니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일도 많았다.

한국서도 그랬는데 스피드가 초반부터 많이 안나와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 포스트시즌 첫승 소감은 어땠나.

▲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는 정말 100구로 5회만 막으려, 처음부터 열심히 던지자고 생각했다.

그것이 좋은 영향을 미치고 좋은 성적으로 연결됐다.

한국인 최초로 승리투수가 되긴 했지만, 팀에 워낙 좋은 선수가 많았던 덕분이다.

예전 선배들도 나와 같은 동료 만났다면 승리투수 됐을 것이다.

승리투수가 된 뒤에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

특히 2패로 끌려가던 상황이라 미국에서 승리한 경기 중에 두 번째로 좋았다.

-- 100점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 시즌 끝난 지 얼마 안돼 지금은 그냥 푹 쉬고 있다.

12월쯤 운동 시작할 것 같다.

시차 때문에 1점을 뺐는데, 원정 가더라도 자는 습관을 빨리 들여야 할 것 같다.

결론은 잠을 빨리 자는게 좋은 것 같다.

-- 타격 실력도 화제를 모았다.

홈런 욕심 없나.

▲ 투수는 안타 안쳐도 된다.

마운드에서 점수 적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

홈런 치려고 하거나 타격 연습할 생각 전혀 없다.

--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 뭔가.

▲ 말 안통하는 곳에서 영어도 안되는 상황에서 마틴 형이 처음부터 많이 도와줬다.

그 덕에 선수들과 빨리 친해졌다.

입과 귀가 되는 마틴 형을 가장 첫 번째로 칭찬해줘야 할 것 같다.

-- 메이저리그 적응에도 좌충우돌이 있었다.

담배 논란 등이 대표적인데.
▲ 논란 때 전혀 신경 안썼다.

성적이 그나마 잘 나와서 묻혔지, 초반에 계속 부진했다면 많은 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말 많이 나올 때부터 캠프이고, 몸 만드는 단계이기에 전혀 신경 안썼다.

-- 성적이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다.

▲ 안좋았을 때도 공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개인 성적이 안좋게 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올 시즌은 전체적으로 4월부터 끝날 때까지 나쁘게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내년 목표는 새롭게 잡은 게 있나.

▲ 새로운 목표는 없다.

프로 들어와서 이제 9년째다.

내년에도 첫 목표는 10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겨울 동안 잘 쉬고 잘 운동해야 할 것 같다.

--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싶다.

친구들과, 형들과 놀러가고 싶기도 하다.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다.

-- 일본의 다나카 마사히로 영입설이 계속 나온다.

▲ 기사를 통해 봤다.

그 선수도 WBC 등 많은 대회에 나왔고, 일본에서도 톱이다.

내가 밀린다거나 안 밀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같은 팀에 온다면 순서는 별로 상관없다고 본다.

같은 팀 선수로서 열심히 할 생각이다.

-- 한국 야구의 특성상 메이저리그 진출에 유리한 점이 있나.

▲ 한국 투수가 가면 도루는 1년간 10개 이상 주지 않을 것 같다.

힘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도루는 올해 1개 줬지만 한국만큼 빠른 선수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도루만큼은 한국 선수가 많이 주지 않을 것 같다.

-- 추신수와 맞대결 때 어떤 생각을 했나.

▲ 미국으로 간 대선배이고 평소 좋아하던 형을 미국 마운드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친한 선수들과 붙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당시 신수 형이 워낙 몸에 맞는 공이 많던 시기라 사구를 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많았다.

-- 초반에 다저스 수비가 엉뚱한 실책이 많았는데.
▲ 선수들이 수비 실수를 일부러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다 투수를 도우려 하는 것이다.

나도 마운드에서 실수할 때가 있기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

--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 등판이 무산됐을 때 기분은 어땠나.

▲ 3차전에 이긴 뒤에 7차전 나간다는 얘기 듣고 긴장을 많이 했다.

1승 3패로 끌려가던 상황이라 나까지 세 번을 다 이겨야 했다.

기다려지기는 하더라. 패배한 뒤에는 아쉽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