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는 자전거를 생각해보자. 일본 도요타는 2011년 미국 팔리사이클사와 함께 ‘뇌로 제어할 수 있는 자전거’를 공동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운전자가 기어 변속을 생각만 하면 뇌파, 심박수, 페달 회전수 등에 따라 자동적으로 자전거 속도가 바뀐다. 닛산이 개발 중인 자동차는 운전자의 뇌파와 눈 움직임을 읽고, 미리 운전자의 의도를 파악한다. 운전자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차량 스스로 속도와 위치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한다.

두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해 기기를 제어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 Computer Interface)’의 사례다. 1973년 미국에서 처음 언급된 BCI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험적용 단계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머리에 쓸 수 있는 헤드셋 형태의 뇌파측정 장치가 시장에 나오면서 실용화에 속도가 붙었다.

차세대 기술인 BCI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여러 산업과 연계해 신체기능을 대체하거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등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높다. IBM은 2011년 ‘5년 안에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꿀 다섯가지 기술’ 가운데 첫 번째로 BCI를 지목하기도 했다.

가장 연구가 활발한 분야는 의료와 재활 기술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2001~2011년 팔이나 다리를 잃은 5700여명의 미군들을 위해 BCI기술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스위스 로잔공대에서 2011년 내놓은 전동휠체어 시스템도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운동을 관장하는 뇌와 가까운 두피에 뇌파 센서를 연결, 운전자의 상상에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 휠체어가 이동한다.

정보기술(IT) 기기와 자동차 등에 BCI기술을 응용하면 사용자의 편의성이 높아진다. 특히 양손으로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BCI의 쓰임새가 높다. 지금은 요리 등 다른 일을 하다가 스마트폰을 작동시켜야할 때 터치나 동작인식 기능을 쓴다. 하지만 BCI기술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의도나 상태를 기기가 파악해 스스로 움직인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대와 함께 ‘갤럭시노트’ 등 스마트기기를 뇌파로 작동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실행, 연락처 검색, 음악 선곡 등을 BCI로 수행하는데 정확도가 이미 80~95%에 이른다. 중국 하이얼은 리모컨 대신 뇌파 감지 헤드셋으로 조작하는 차세대 스마트TV의 시제품을 2011년 공개하기도 했다.

뇌로 움직이는 차세대 기술, BCI
BCI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관심거리다. 게임 업체들은 뇌파인식 헤드셋을 게임 캐릭터 조종에 활용하고 있다. 영화를 시청하는 관객의 뇌파를 분석해 그 반응에 따라 스토리를 바꾸는 영상시스템도 화제가 됐다. 생각이나 의도를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하는 ‘뇌-뇌 인터페이스’는 BCI의 또 다른 미래다. DARPA는 말 대신 뇌파로 상대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일런트 토크(silent talk)’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뇌과학은 인지과학과 의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연계된 만큼 융복합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기업들도 마케팅과 신기술 개발에 BCI를 접목해 경쟁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

정동영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ksiwss98@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