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이 “한반도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시 우리의 동의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해석이다. 자위대의 비무력 행위도 한국과 관련될 때는 반드시 승인을 받게 하는 등 보다 강경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가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경우 제3국에 대한 무력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권리다. 유엔헌장상 모든 가입국들에 인정되지만 일본은 1946년 전쟁 포기를 선언한 헌법을 제정하면서 자위권을 보유는 하지만 행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올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하면서 집단적 자위권 논의를 본격화했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최근 일본을 방문하면서 이를 명시적으로 용인했다.

미국은 재정 압박으로 방위비 부담을 줄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對中)세력 균형 유지를 위해서라도 일본의 일정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력으로 현재의 구도를 바꾸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 일본은 아·태지역 안보분야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 역시 서태평양에서 역대 최대규모의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핵잠수함 부대를 공개하는 등 군사적 노출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하고도 전략적인 외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미·일 동맹체제를 흔드는 방향으로의 발전은 곤란하다.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흔들리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게 된다. 한반도 주변국들의 동향이 한국에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치닫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우왕좌왕하다간 자칫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최악의 결과에 직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