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지업계' 6000만 미얀마 시장 뚫는다
#1. 미얀마의 양곤 시내 세피타구에 있는 제지업체 뉴센추리. 2004년부터 스웨덴산 중고 기계로 제품 포장박스용 용지(백판지)를 생산하는 이 공장의 생산량은 연간 2만t 정도다. 한국의 웬만한 공장 한 곳에서 한 달이면 충분히 만드는 분량이지만 미얀마에서는 최대 규모다. 펄프 없이 100% 폐지를 사용하고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열(스팀)은 하루 50t의 쌀겨를 태워 얻고 있다.

#2. 인쇄용지를 만드는 산티트제지의 후춘 아웅 카이 사장은 김철호 한국제지 영업3팀장에게 “미얀마는 고급 인쇄용지를 전량 수입하고 있다”며 “한국제지가 앞선 기술과 설비를 공급하고 우리가 부지와 원료, 인력을 댄다면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의 제지업계가 해외시장에서 ‘위기 탈출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제지연합회와 한솔 무림 한국 대양 세하 깨끗한나라 등 12개 회원사 관계자 20여명은 지난 2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동남아의 떠오르는 신흥시장 미얀마를 찾았다.

최병민 한국제지연합회장(사진)은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종이 공급이 포화상태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 개발도상국은 종이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미얀마는 풍부한 자원과 6000만명에 달하는 인구, 인접국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얀마 내 제지업체 수는 국영기업을 포함해 총 70여개. 숫자로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연간 종이(판지 포함) 생산량은 6만6000t으로 한국(1133만t)의 0.6% 수준에 불과하다. 미얀마는 공급이 부족해 작년에만 생산량의 3배 가까운 16만3000t을 수입했다. 이 중 한국산은 신문용지 1만3000t을 포함해 2만6000t이다.

최현수 깨끗한나라 경영기획실장은 “휴지 등 기초생활용지에서는 고품질 제품이 시장에 거의 없는 상태여서 가격과 수출여건 등만 맞는다면 이 분야 진출을 우선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박원희 아세아제지 사장은 “전력난이 심하고 정치적으로 여전히 불안하다”며 “상당한 협력 제의가 있었으나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얀마 산업부의 미얏 코코 제지·가정설비국 부국장은 지난 25일 최병민 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6개 국영 제지회사를 모두 민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페이 처 틴 미얀마제지펄프연합회(MPPI) 회장도 “민간업체들의 외자유치 수요뿐만 아니라 국영기업 민영화도 한국 기업들에 좋은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곤=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