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 "경치 좋은데 잠깐 쉬어갈까"…2분만에 텐트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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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 '명산40' 캠페인 - 20~30대 친구 3명의 북한산 등반
최근 젊은층 사이 소형텐트 유행…"넓은 산에 혼자 있는 느낌 좋다"
선글라스에 컬러풀 아웃도어도 필수
삼천탐방센터~삼천사계곡~사모바위…"조용히 산행하기에 좋은 코스"
최근 젊은층 사이 소형텐트 유행…"넓은 산에 혼자 있는 느낌 좋다"
선글라스에 컬러풀 아웃도어도 필수
삼천탐방센터~삼천사계곡~사모바위…"조용히 산행하기에 좋은 코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통 ‘산사람’이라 부른다. 뒷산을 산책하는 수준이 아니라 숨이 턱턱 막히는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산사람하면 산이 좋아 오랜 세월 산을 다닌 어르신들이나 마니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레저가 활성화되면서 초보 등산가가 많아졌다. 특히 근교 산에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부담없이 산행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잇따라 나오는가 하면 아웃도어 패션이 화려해지는 등 활동적인 젊은이들을 산으로 끌어들이는 요소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6일 찾은 북한산에는 유독 ‘튀는’ 3명의 젊은 남성들이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털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등산을 준비하던 최선호 씨(29)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산을 갈 때도 신경을 많이 쓴다”며 “산을 오르내리며 마주치는 또래들의 패션을 유심히 관찰하곤 한다”고 말했다. 김종우 씨(31)는 “원래 산을 좋아해 어렸을 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산을 오르곤 했다”며 “10년 전만 해도 또래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최근들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산을 찾는다”고 말했다. 박현규 씨(27)는 “아웃도어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으면서 젊은 층이 등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명산40’ 캠페인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명산40은 설악산 소백산 북한산 등 국내 40곳의 명산을 선정해 ‘단풍’ ‘기암괴석’ ‘억새’ ‘초가을’ 등을 주제로 산을 오르는 행사다. 5만원을 내야 참가할 수 있다. 현재 참가자는 3000명 정도인데 이 중 11%인 330여명이 35세 미만의 미혼 남녀라는 것이 블랙야크 측의 설명이다. 명산40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홈페이지 ‘마운틴북’(www.mountainbook.co.kr)에도 전체 이용자의 10% 정도인 800여명의 젊은이들이 가입해 있다.
젊은이들의 등산 문화가 어떤지 궁금해 블랙야크가 선정한 40곳의 명산 중 하나인 북한산을 이 세 사람과 함께 오르기로 했다. 삼천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삼천사계곡을 따라 사모바위까지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약 4㎞ 구간이다. 산을 자주 찾아 친구들 사이에서 ‘산악인’으로 불린다는 김씨는 “이 구간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구간이 아니라서 홀로 조용히 산행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코스”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삼천사에 가기 전 응봉능선 방향으로 오르면 거리는 단축할 수 있지만 험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는 힘들 수 있다”며 “삼천사 계곡으로 우회하면 좀 더 편하게 사모바위까지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르는 길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삼천사를 통과한 후 1시간30분쯤 쉴 새 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사모바위가 보였다. 사모바위는 해발 540m 정도의 높이에 있는 바위다. 바위의 모습이 조선시대 관리들이 머리에 쓰던 ‘사모(紗帽)’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68년 1·21사태 당시 김신조 일행이 이 바위 아래 숨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김신조바위’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박씨는 가방을 내려놓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마모트에서 나온 소형 텐트로, 3명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한 번에 펴지는 원터치형 제품은 아니지만 따로 고정할 필요가 없어 금방 설치할 수 있는 텐트였다. 세 사람이 각 모서리에서 마주서서 텐트를 만들자 2분 만에 텐트가 완성됐다.
왜 텐트를 가지고 다니냐는 질문에 박씨는 “정상에 도착하거나 경치가 좋은 곳이 나타나면 가만히 앉아서 쉬거나 누워서 산의 정취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며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작은 텐트를 가지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답했다. 또 박씨는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나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잊혀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텐트 안에 누워있으면 얼마간 조용히 있을 수 있다”며 “넓은 산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참 좋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텐트에 걸터 앉아 준비해온 고구마와 빵 등을 먹고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마시며 잠시 동안 휴식을 취했다.
올라오는 길이 생각보다 험하지 않아서 오히려 아쉬웠는지 내려가는 길은 응봉능선으로 정했다. 가파른 정도가 올라올 때와 완전히 달랐다. 몇몇 구간에서는 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즐거워보였다. 김씨는 “확실히 길이 험한 만큼 경치가 좋다”며 “올라올 때도 이쪽 길을 선택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다시 삼천탐방지원센터로 돌아와보니 쉬는 시간을 포함해 총 4시간여가 걸렸다. 하지만 긴 산행 후에도 이들은 여전히 기운이 넘쳐보였다. 박씨는 “산에 많이 와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오르는 산은 늘 즐겁다”고 말했다. 최씨는 “한 달에 두세 번 등산하는 것으로는 모자란 것 같아서 최근 암벽등반훈련을 받았다”며 “회사에서 암벽등반 동호회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산=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마모트 '제우스베스트' · 블랙야크 'E우마티셔츠' 눈에 띄네
이날 북한산에 오를 때 최선호 씨가 입은 패션 아이템 중 가장 눈에 띈 레몬색의 조끼는 마모트에서 나온 ‘제우스베스트’다. 초경량 다운푸르프 원단을 사용했고, 800 필파워 구스다운을 넣어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으로 나왔다. 상의는 블랙야크의 ‘E우마티셔츠’를 입었다. 니트 소재로 나와 간절기나 겨울철에 입으면 좋은 제품이다. 코드 프린트를 넣은 디자인으로 나왔다. 최씨가 입은 바지는 마모트의 ‘엠시그니처카모팬츠’였다.
그 외에도 최씨는 마모트의 털모자 ‘엘리햇’을 쓰고, ‘롱하울러더플백’을 메고 산에 올랐다. 또 최씨는 추운 날에 산에 오를 경우 ‘챌린저파카’를 꺼내 입는다. 구스다운으로 보온성을 높인 최고급 해비다운재킷이다. 구석구석까지 거위털이 들어갈 수 있는 ‘베플시스템 공법’을 사용해 만들었다.
서정윤 마모트 디자인실 팀장은 “최씨가 입은 마모트 제품은 미국적인 브랜드 컬러와 단순한 디자인이 특징”이라며 “일상에서도 데님, 카고바지 등과 함께 입으면 캐주얼처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이어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새롭게 등산 인구로 떠오른 젊은 층을 잡기 위해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지난 26일 찾은 북한산에는 유독 ‘튀는’ 3명의 젊은 남성들이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털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등산을 준비하던 최선호 씨(29)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산을 갈 때도 신경을 많이 쓴다”며 “산을 오르내리며 마주치는 또래들의 패션을 유심히 관찰하곤 한다”고 말했다. 김종우 씨(31)는 “원래 산을 좋아해 어렸을 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산을 오르곤 했다”며 “10년 전만 해도 또래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최근들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산을 찾는다”고 말했다. 박현규 씨(27)는 “아웃도어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으면서 젊은 층이 등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명산40’ 캠페인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명산40은 설악산 소백산 북한산 등 국내 40곳의 명산을 선정해 ‘단풍’ ‘기암괴석’ ‘억새’ ‘초가을’ 등을 주제로 산을 오르는 행사다. 5만원을 내야 참가할 수 있다. 현재 참가자는 3000명 정도인데 이 중 11%인 330여명이 35세 미만의 미혼 남녀라는 것이 블랙야크 측의 설명이다. 명산40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홈페이지 ‘마운틴북’(www.mountainbook.co.kr)에도 전체 이용자의 10% 정도인 800여명의 젊은이들이 가입해 있다.
젊은이들의 등산 문화가 어떤지 궁금해 블랙야크가 선정한 40곳의 명산 중 하나인 북한산을 이 세 사람과 함께 오르기로 했다. 삼천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삼천사계곡을 따라 사모바위까지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약 4㎞ 구간이다. 산을 자주 찾아 친구들 사이에서 ‘산악인’으로 불린다는 김씨는 “이 구간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구간이 아니라서 홀로 조용히 산행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코스”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삼천사에 가기 전 응봉능선 방향으로 오르면 거리는 단축할 수 있지만 험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는 힘들 수 있다”며 “삼천사 계곡으로 우회하면 좀 더 편하게 사모바위까지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르는 길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삼천사를 통과한 후 1시간30분쯤 쉴 새 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사모바위가 보였다. 사모바위는 해발 540m 정도의 높이에 있는 바위다. 바위의 모습이 조선시대 관리들이 머리에 쓰던 ‘사모(紗帽)’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68년 1·21사태 당시 김신조 일행이 이 바위 아래 숨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김신조바위’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박씨는 가방을 내려놓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마모트에서 나온 소형 텐트로, 3명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한 번에 펴지는 원터치형 제품은 아니지만 따로 고정할 필요가 없어 금방 설치할 수 있는 텐트였다. 세 사람이 각 모서리에서 마주서서 텐트를 만들자 2분 만에 텐트가 완성됐다.
왜 텐트를 가지고 다니냐는 질문에 박씨는 “정상에 도착하거나 경치가 좋은 곳이 나타나면 가만히 앉아서 쉬거나 누워서 산의 정취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며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작은 텐트를 가지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답했다. 또 박씨는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나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잊혀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텐트 안에 누워있으면 얼마간 조용히 있을 수 있다”며 “넓은 산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참 좋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텐트에 걸터 앉아 준비해온 고구마와 빵 등을 먹고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마시며 잠시 동안 휴식을 취했다.
올라오는 길이 생각보다 험하지 않아서 오히려 아쉬웠는지 내려가는 길은 응봉능선으로 정했다. 가파른 정도가 올라올 때와 완전히 달랐다. 몇몇 구간에서는 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즐거워보였다. 김씨는 “확실히 길이 험한 만큼 경치가 좋다”며 “올라올 때도 이쪽 길을 선택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다시 삼천탐방지원센터로 돌아와보니 쉬는 시간을 포함해 총 4시간여가 걸렸다. 하지만 긴 산행 후에도 이들은 여전히 기운이 넘쳐보였다. 박씨는 “산에 많이 와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오르는 산은 늘 즐겁다”고 말했다. 최씨는 “한 달에 두세 번 등산하는 것으로는 모자란 것 같아서 최근 암벽등반훈련을 받았다”며 “회사에서 암벽등반 동호회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산=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마모트 '제우스베스트' · 블랙야크 'E우마티셔츠' 눈에 띄네
이날 북한산에 오를 때 최선호 씨가 입은 패션 아이템 중 가장 눈에 띈 레몬색의 조끼는 마모트에서 나온 ‘제우스베스트’다. 초경량 다운푸르프 원단을 사용했고, 800 필파워 구스다운을 넣어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으로 나왔다. 상의는 블랙야크의 ‘E우마티셔츠’를 입었다. 니트 소재로 나와 간절기나 겨울철에 입으면 좋은 제품이다. 코드 프린트를 넣은 디자인으로 나왔다. 최씨가 입은 바지는 마모트의 ‘엠시그니처카모팬츠’였다.
그 외에도 최씨는 마모트의 털모자 ‘엘리햇’을 쓰고, ‘롱하울러더플백’을 메고 산에 올랐다. 또 최씨는 추운 날에 산에 오를 경우 ‘챌린저파카’를 꺼내 입는다. 구스다운으로 보온성을 높인 최고급 해비다운재킷이다. 구석구석까지 거위털이 들어갈 수 있는 ‘베플시스템 공법’을 사용해 만들었다.
서정윤 마모트 디자인실 팀장은 “최씨가 입은 마모트 제품은 미국적인 브랜드 컬러와 단순한 디자인이 특징”이라며 “일상에서도 데님, 카고바지 등과 함께 입으면 캐주얼처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이어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새롭게 등산 인구로 떠오른 젊은 층을 잡기 위해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