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요 돈줄을 잃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8일 “북한이 과거에 가장 의존했던 소득원 가운데 하나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로부터의 수입이 줄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회사 파산 등으로 위기를 맞은 조총련이 북한의 돈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동안 조총련은 재일 한국인 동포에게 친북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동시에 동포로부터 돈을 모아 북한에 송금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애틀랜틱닷컴은 북한 전문가인 아민 로센의 기고문을 통해 “1980년대만 해도 조총련은 불법 빠찡꼬나 선술집 운영, 매춘, 부동산 거래 등 각종 범죄 기업을 운영하면서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1990년대 말엔 조총련이 운영하는 금융회사에 있던 잔액이 250억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조총련의 자금줄 역할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법률상 무국적인 친북 성향 재일동포를 위해 설립된 조총련계 조은신용조합 38개 지점 중 16곳이 1997년부터 잇따라 파산한 것이 결정타였다. 일본 채권정리기관인 정리회수기구는 부실채권을 회수하면서 조은신용조합에 1553억엔의 국고를 투입했다.

그러나 조은신용조합이 북한에 돈을 댔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상황이 더욱 꼬여버렸다. 일본 정리회수기구는 국고투입액 가운데 627억엔을 조총련이 빌려갔다며 소송을 제기,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로부터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조총련 중앙본부와 토지 등에 대해 압류소송을 제기했다. 도쿄 중심부인 지요다구에 있는 조총련 본부는 2390㎡ 부지에 지하 2층~지상 10층 건물로 사실상의 북한대사관 역할을 해왔다.

압류에 이은 경매 절차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 3월 실시된 1차 경매에서는 일본 가고시마현의 사찰 사이후쿠지의 이케구치 에칸 주지가 45억1900만엔(약 498억원)에 낙찰받았지만 결국 낙찰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구매를 포기했다.

최근 이뤄진 2차 경매도 잡음을 낳고 있다. 낙찰자는 ‘아바르’라는 몽골의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그러나 이 회사가 자본금 6만엔짜리 페이퍼 컴퍼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찰 배경에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 언론으로부터는 “북한이 사실상 대사관 역할을 해온 조총련 건물을 제3자에 넘기지 못하도록 우호국인 몽골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낙찰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총련의 위상 저하는 북한 내 조직 개편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조총련의 지도기관이던 ‘내각 225국(구 대외연락부)’이라는 조직을 대남공작 부서인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로 편입시켰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조총련이 북한 내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파워 집단이나 생명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