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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과 맛있는 만남]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유리천장'은 만년설…여성이 깔고 앉아 녹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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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면서 애 키우기 힘들어…다음엔 곤충이라도 좋으니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었죠
    시간제 일자리로 고용 창출…라가르드 IMF 총재도 공감
    여성가족부 빼곤 모두 '남성부'…여성관련 예산확보 어렵네요
    “ 민간 분야에서 일과 가정 양립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는 게 필요합니다. 가족친화 경영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길입니다. ”

    지난 16일 서울 서교동 퓨전레스토랑 오요리에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이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 요리사 보띠녹런 씨가 만든 볶음면을 시식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16일 서울 서교동 퓨전레스토랑 오요리에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이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 요리사 보띠녹런 씨가 만든 볶음면을 시식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방미인, 엄친딸, 스타 장관, 박근혜 대통령의 입.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48)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는 ‘미니 부처’로 불리는 여가부 수장을 맡고 있는데도 실세 장관으로 통한다. 지난해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를 시작으로 경선과 대선 캠프를 거쳐 박 당선인 시절까지 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다. 조 장관은 연예인급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 장관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50억원이 넘는 재산과 빼어난 미모까지 갖춘 ‘엄친딸’이기도 하다. 160㎝ 후반의 키에 잡티 하나 없는 피부는 나이를 무색하게 한다. 이렇게 우월한 조건을 가졌으면 안티 세력이 많을 듯하지만 그의 친화력은 정치권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조 장관과의 ‘맛있는 만남’ 인터뷰는 국내외 출장 등 바쁜 스케줄 탓에 2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지난 16일 약속 장소인 홍익대 부근 퓨전 레스토랑 ‘오요리’. 한 손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들고 활짝 웃으며 당당히 걸어오는 그의 모습은 음식점 안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가족친화 경영이 지속가능한 기업 만든다”


    [한경과 맛있는 만남]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유리천장'은 만년설…여성이 깔고 앉아 녹여야죠"
    오요리는 홍대 골목 깊숙한 안쪽에 있어 처음 찾을 때는 헤매기 십상이다. 추천한 이유부터 물어봤다. “오요리를 추천한 것은 장관 취임 후 현장을 방문하다 인연을 맺은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보띠녹런 씨 때문입니다. 여가부가 지원하는 ‘서울이주여성디딤터’에서 교육을 받고 오요리에 취업했는데 1년 만에 넘버2 요리사가 됐지요. 꼭 홍보해주고 싶었어요.”

    조 장관을 만난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 무렵. 조 장관은 “오요리가 다소 좁아 점심시간에 인터뷰를 하면 손님들과 식당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이 시간대를 간곡하게 청했다. 오요리는 이주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이다. 그래서 대표 메뉴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음식들이다. 요기를 할 겸 말레이시아식 볶음국수인 미고렝과 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인 나시고렝을 주문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는 어떻게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2008년부터 정치를 시작했는데 주말도 없었어요. 당시 여중생 여고생이던 딸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고…. 일과 가정 모두 몰입하기 힘들어 솔직히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어엿하게 잘 커줘 대견하고 고맙죠.”

    여가부의 최대 정책 목표인 일·가정 양립은 부처 수장에게도 예외가 아닌 듯싶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의 여성 지위를 요약할 수 있는 세 가지 표현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로 30대 중·후반에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곤충이라도 좋으니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이 그 정도로 힘들다는 뜻이죠. 민간 분야에서 일·가정 양립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는 게 필요합니다. 가족친화 경영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길입니다.”

    산기슭엔 봄이 왔지만 산정상은 만년설

    주문한 음식이 차려지자 조 장관은 ‘정말 맛있겠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볶음국수를 한 입 먹고는 기자에게도 권했다. 동남아 음식 특유의 강한 향이 입안에 훅 퍼졌다.

    조 장관은 인터뷰 전날 1주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관계자들을 만나 여성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8일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만나 45분 정도 얘기했어요. 제가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여성을 고용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했더니 라가르드 총재가 하나부터 열까지 공감하더라고요.”

    조 장관이 라가르드 총재를 만난 다음날인 지난 9일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재닛 옐런 현 부의장이 내정됐다. 한국도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았지만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여전하다. 미국의 기업분석기관인 GMI레이팅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106개 대표기업들의 여성임원 비율은 1.9%로, 조사대상 45개국 중 43번째다.

    “제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일했기 때문에 여성들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20대 여성들의 취업이 활발하니 더 이상 여가부가 필요없는 게 아니냐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30대엔 결혼·육아로 경력 단절이 생기고 고위직 진출도 더디죠. 여성의 지위를 상징하는 두 번째 표현이 뭔지 아세요. ‘산기슭에는 봄이 왔지만 산정상에는 아직 만년설이다’입니다. 제가 이런 표현을 쓰니 라가르드 총재가 수첩에 받아적은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년설을 녹이기 위해선 여성들이 깔고 앉아 녹이는 수밖에 없다’고요. 우선 공공부문에서부터 여성 고위직 비율을 높이고, 민간 기업들도 동참하게 해야지요.”
    1개의 여성부와 16개의 남성부

    여가부는 인력 240명에 한 해 살림 규모가 5000억원 수준이다. 다른 부처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여가부 주요 업무 중 청소년 관련 정책은 교육부, 여성 일자리는 고용부, 다문화 지원은 보건복지부 식으로 다른 부처와 중첩돼 있습니다. 그래서 평생교육부, 여성고용정책부, 특수복지부라는 자세로 다른 부처와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필수적이에요. 대통령께서도 일·가정 양립을 강조하시니 과거와 비교해선 다른 부처도 협조적입니다. 현오석 부총리도 ‘제2 한강의 기적은 여성이 이룰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취임사에 넣으려고 했다가 비판받을 것 같아서 지운 말인데…. 새 정부 들어 경제관계장관회의에 꼭 참석하는데, 여러 장관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세요.”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예산을 주무르는 힘센 부처 수장들의 모임이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과거 여가부 장관은 현안이 있을 때만 참석했지만 조 장관은 사실상 정례 멤버다.

    조 장관이 취임 후 이룬 가장 성공적인 여성 정책은 뭘까. “예상보다 빨리 수립된 직장어린이집 활성화 방안과 성폭력·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입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첫 번째로 필요한 게 이런 제도거든요. 두 번째는 예산지원을 확보한 겁니다. 여성 지위를 상징하는 마지막 표현이 ‘대한민국엔 하나의 여성부와 16개의 남성부가 있다’입니다.”

    민감한 질문을 던져봤다. 해묵은 논쟁인 ‘군가산점제’다. “조심스러운 문제인데…. 군대 다녀온 분들은 반드시 예우를 해야 합니다. 정부도 군 복무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정책을 챙기고 있고요. 최근 여가부가 ‘군장병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국방부와 체결한 것도 같은 노력입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까지도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들에게 미국 방문 결과를 설명하는 일정이 촉박하게 잡혀 있어서다. 그는 무척 미안해하며 조만간 저녁 때 꼭 다시 보자고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취미인 오페라 등에 대한 얘기도 충분히 들려주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 ‘문화가 답이다’란 책을 펴낼 정도로 문화·예술에도 조예가 깊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면서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 음악회나 뮤지컬을 보러 많이 다녔어요. 아버지는 역사에 관심이 많으셨죠. 그래서 어렸을 때 온 가족이 함께 유적지나 사찰을 답사했었죠. 1971년 무령왕릉이 발굴됐을 때는 직접 찾아가기도 했어요.”

    조 장관의 다음 꿈은 뭘까.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도 분분하다. “지금 상황에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제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이 취약계층을 돌보는 것이었는데 여가부 장관이 된 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보람스럽습니다.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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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선 장관의 단골집 오요리 이주여성들이 셰프…아시아 각국 '대표 요리' 일품

    [한경과 맛있는 만남]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유리천장'은 만년설…여성이 깔고 앉아 녹여야죠"
    서울 서교동에 있는 퓨전 레스토랑 ‘오요리’는 지하철 6호선 상수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이주 여성들의 경제적·사회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이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키워낸 두 번째 사회적 기업으로, 2007년 설립돼 2008년 10월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오요리는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약자다. 다문화 이주 여성을 셰프로 고용해 만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대표 메뉴 20여가지를 즐길 수 있다. 대표 음식은 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인 나시고렝(1만1000원)과 말레이시아식 볶음면인 미고렝(1만2000원)이다. 일본식 버섯소고기덮밥(1만1000원)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좌석 테이블은 10개 정도로 넓지 않다.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02)332-5525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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