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인문학 산책] 관상과 처신
관상과 관련된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관상술은 언제부터인가 미신으로 치부되면서 우리 곁에서 멀어졌지만, 실은 오랫동안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일종의 경험 과학이다.

관상, 즉 상을 살피는 방법은 다양하다. 얼굴의 구성을 살피는 면상(面相)이 있고, 뒷모습이나 골격을 살피는 배상(背相) 또는 골상(骨相), 마음을 살피는 심상(心相)이 있다. 그중에서 옛날부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심상이었다.

하나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것은 쉽지 않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괜히 나왔겠는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과학자인 혜강 최한기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적 방법으로 행사상(行事相)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모든 상의 길흉은 그 사람의 행위로 드러나기 때문에 들여다보기 어려운 심술을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실제 행사로 나타난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초나라 때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이 있었다. 임금 장왕이 그를 찾아가 상법(相法)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신은 사람의 상을 잘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잘 관찰하고, 그 사람의 벗을 잘 관찰합니다.” 일상적으로 보이는 처신이나 교유 관계를 통해 그 사람의 관상을 보았는데, 그것이 거의 들어맞더라는 것이다.

송나라 때 사람 채경이 하위직에 있을 적에 해를 쳐다보면서도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그가 귀한 신분이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간관으로 명성이 높았던 진관은 다르게 봤다.

“그의 정신이 이와 같으니, 훗날 반드시 귀한 신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타고난 자질을 뽐내서 감히 해에 대적하니, 이 사람이 훗날 권세를 잡으면 필시 사욕을 부려 임금도 무시하고 방자하게 굴 것이다.”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모진 심성을 지녔기 때문에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한다고 봤던 것이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믿지 않았으나 과연 그의 말대로 채경은 훗날 권력을 잡고 사마광 등을 몰아내고 전횡을 일삼아 ‘육적(六賊)’에 포함되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불과 몇십 년 전, 어느 대기업의 총수가 신입사원 면접 때 관상을 보고 당락을 결정하던 일이 있었다. 현실적 이익에 밝은 기업인이 관상을 중시했던 것은 나름대로 상당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일반인들이야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사람들의 처신을 살펴보며 관상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권경열 <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사업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