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55원80전에 마감, 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환율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55원80전에 마감, 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환율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1054원70전) 붕괴를 코앞에 두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조기 축소(테이퍼링·tapering) 시점이 늦춰지는 데다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 자금이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해 오던 2008년 8월 이후 5년2개월 만에 달러당 1050원 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화 유독 강세

환율 속락…수출업계 "견딜 수 있을까"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24일 미국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로 1161원40전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유동성을 옥죄기 시작하면 신흥국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신흥국 통화 간에는 차별화 양상이 나타났다.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정건전성에 매월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 실제 원화는 지난 3분기 중 달러 대비 6.3%나 절상됐다. 주요 20개국(G20) 15개 통화 중 두 번째로 높은 절상률이다.

10월 들어서도 원화 강세는 꾸준히 이어졌다. 23일 원·달러 환율은 1055원80전에 마감, 이달 들어 20원 가까이 하락했다. 원화 강세는 미국 테이퍼링 지연이 주된 배경이다. 미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예측이 실업률 등 각종 지표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양적완화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달 초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 탓에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는 시점은 내년 3월께나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초 980원대 전망도

속도는 완만할 수 있지만 환율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연말까지 1050원 전후에서 등락을 지속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원화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요 민간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는 1050원 선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양상이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등은 내년 평균 환율을 1060~1070원대로 예측하고 있다.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는 내년 1분기 각각 1041원, 103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내 달러당 1000원 선이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지만 모건스탠리는 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도 “내년 2~3월에는 985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 강세가 국내 경기 회복에는 큰 부담이다. 특히 일본 엔화는 원화 값에 비해 덜 올라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엔·달러 환율이 100엔,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 되면 수출증가율이 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5년간 국내 경제가 1050원 아래의 환율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점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며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