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이석채의 선택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이석채 KT 회장(사진)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KT에 따르면 이 회장은 검찰의 압수수색 후에도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날 집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하지 않고 외부 인사 면담과 영업 현장 방문 등 외부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이 회장의 다음주 르완다 출장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KT 측은 “출국금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행사 준비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르완다 수도 키갈리를 방문,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또 가나, 케냐, 르완다 등 아프리카 10개국 정상 및 정보통신 장관들과 면담도 계획돼 있다.

이 회장은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르완다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KT는 출장이 취소될 경우 르완다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한국의 대외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를 들어 KT가 이 회장의 출국금지 일시해제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 배경은 표면적으로는 두 번에 걸친 참여연대의 고발 건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KT가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 비주얼, 사이버 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달 초엔 KT가 사옥 39곳을 감정가의 75%에 팔아 869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며 추가 고발했다. KT 측은 압수수색 후에도 “경영상 판단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동산 매각 건도 “감정가 대비 실제 매각금액 비율은 95.2%”라고 반박했다. 법적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어쨌든 이번 검찰 수사가 정권 차원의 사퇴 압박 수순이라면 이 회장이 계속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년 전 남중수 전 KT 사장도 검찰 수사로 재임 기간 중 낙마한 바 있다. 이번 검찰 수사는 예상보다 고강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날 압수수색에서는 이 회장에 대해 신체영장이 내려지고 휴대폰까지 압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 자택, KT 본사와 계열사 등 16곳에서 압수한 30박스 분량의 회계 장부와 하드디스크 등 증거물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