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노조 설립 와해 유도 지침이 담긴 문건이 공개됨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조만간 근로감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노조 경영'을 표방해온 삼성은 계열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올해 두달간 불법 파견 문제와 관련해 근로감독을 받은 바 있지만 전사 차원의 부당노동 행위 의혹에 대한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관련 문건이 공개됐기 때문에 근로감독은 불가피하다"며 삼성의 노조 설립 와해 의혹과 관련해 현장 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고발장과 진정서가 접수되지 않았지만 문건이 공개돼 (정부가 의혹에 관해) 인지를 했기 때문에 근로감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문건에 담긴 내용을 보면 그룹 차원의 사안일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문건이 공개됐다고 노조설립 와해 등의 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삼성그룹이 내부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조기 와해를 유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주장하면서 150쪽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최근 공개했다.

문서는 지난해 1월 삼성그룹이 작성한 것으로, 2011년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와 2012년 전망, 세부 노사전략, 당부 말씀 등으로 구성됐다.

결론에 해당하는 당부말씀에는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되면 그룹 노사 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달라",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해야 한다" 등의 지침이 적혀 있다.

삼성그룹은 문건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노조 와해가 목적이 아니라 근로자 복리후생과 바람직한 조직문화 형성, 불합리한 관행 개선 등을 위해 만들어진 문서로 알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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