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눈앞' 현대·기아차, 르노닛산 제치나
질 노만 르노 부회장과 콜린 닷지 닛산 부회장을 비롯한 르노닛산의 핵심 임원들이 지난달 30일 방한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현대·기아자동차의 동향을 둘러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들은 현대·기아차의 생산 현황을 보고받고 신모델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닛산은 지난해부터 카를로스 곤 회장을 비롯해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 등 핵심 임원이 잇따라 한국을 다녀갔다.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격차가 줄어들자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 501만대(도매 포함)를 판매, 르노닛산(503만대)을 불과 2만대 차이로 추격했다. 르노닛산은 전년보다 판매량이 1.8% 감소한 반면 현대·기아차는 8.9% 성장했다. 글로벌 10위권 업체 중에서는 미국 포드(13.3%)에 이어 성장률 2위다.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4위로 처음으로 역전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 4위 '눈앞' 현대·기아차, 르노닛산 제치나
현대·기아차는 노조 파업에 따른 공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미국 판매가 예상에 못 미쳤지만, 중국시장에서 질주했다.베이징현대는 8월까지 전년보다 30.9% 증가한 67만대를 팔았다. 반면 닛산의 중국합작법인 둥펑닛산은 중·일 센카쿠 영토분쟁에 따른 중국 내 반일 감정 여파로 같은 기간 전년보다 10% 줄어든 53만1000대를 판매했다.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는 현지 공장 생산물량을 앞세워 급격히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현대차는 피라시카바공장에서 생산한 HB20로 브라질시장 판매가 전년보다 126%가량 급증하며 르노와의 격차를 1만여대로 좁혔다. 안방인 유럽시장에서도 르노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4.5%가량 감소했지만 현대·기아차는 0.7% 줄어드는 데 그치며 선방했다.

상황이 이렇자 르노닛산은 한국시장에서 닛산 주크, 르노의 스페인공장에서 생산한 QM3 등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투입하고 있다. 판매대수는 많지 않지만 한국 시장의 80%를 장악하는 현대·기아차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진출하지 않은 동남아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르노닛산은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서 저가 브랜드 ‘닷선’을 출시하고 브라질 20만대, 태국 7만5000대의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16년까지 신흥시장 판매 비중을 6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현대·기아차가 올해 도요타와 GM,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4위 업체에 오르더라도 내년엔 또 다른 변수가 생긴다. 르노닛산이 러시아 최대 자동차회사인 아브토바즈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폭스바겐까지 제치고 3위 메이커로 올라설 수 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보합권을 유지하는 것은 현지공장 증설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며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10%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이 1000만대까지 늘어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2014년까지 매년 1~2곳의 공장 증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