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와 성공적 FTA…'개방 면역력' 키워
호주 등은 TPP 참여국…향후 협상서 유리
경쟁우위 자동차·타이어 관세 철폐가 관건
◆자원부국과 협력 강화
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대표적인 농축산물·원자재 수출국이다. 호주의 경우 지난해 교역액이 322억38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한국의 7대 교역국이다. 호주에서 수입하는 상품 가운데 석유·석탄이 40%(94억860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자원 부국이다. 반면 한국의 주력 상품인 자동차 수출은 26억1000만달러에 그칠 정도로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해 대(對)호주 무역적자는 137억3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입한 캐나다 제품 가운데 석유·석탄은 36%인 19억2000만달러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수출을 제외하고는 기계·컴퓨터(6억7700만달러), 전기제품(4억1100만달러) 등 주력 제품 수출 실적이 저조했다. 무역수지도 4억2000만달러 적자였다. 뉴질랜드는 전체 교역 규모가 20억8400만달러로 크지 않아 한국의 수출 잠재력이 크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 각각 FTA를 체결하면 한국이 얻는 이득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됐다. 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하지만 소비재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축산물시장 개방 요구 등에 따라 국내 여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한 정부는 캐나다와는 2008년, 호주·뉴질랜드와는 2010년 각각 협상을 중단했다.
◆“FTA 체력 커졌다”
그랬던 정부가 협상 재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거대 경제권과 FTA를 성공적으로 체결한 자신감이 주된 배경 중 하나다. 국내 농축산물시장의 ‘개방 면역력’은 커졌다. 가장 우려했던 소고기의 경우 한우가 높은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한 지난해 한우의 시장점유율은 48.2%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FTA 체결 뒤 3개국산 소고기가 우리 시장에 들어와도 한우보다는 미국산 소고기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아직 참여를 결정짓지 못한 TPP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들 3개국과의 FTA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TPP 참여국인 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 FTA를 맺으면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TPP 참여 10개국과 양자간 FTA를 체결하게 된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TPP 참여를 저울질하는 정부로서는 전략적으로 TPP 참여국들과 FTA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TPP에 참여하면 협상이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호주와는 ISD 반영해야
한국으로선 경쟁력이 높은 자동차, 타이어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이들 3개국의 관세를 철폐하는 것이 관건이다. 캐나다는 자동차 6%, 타이어 7%, 섬유·의류 16~19% 등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자동차에 10%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호주가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협정문에 반영시키는 것도 과제다. 한국 기업들이 호주의 자원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ISD는 필수적이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소고기 등 농축산물의 관세율을 한·미 FTA 수준으로 낮출 것을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관련 산업의 피해를 줄이고 이익을 키우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