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직자, 로펌·산하기관 재취업…소송·일감몰아주는 '그들만의 리그'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정부부처의 ‘제 식구 챙기기’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부처 고위직 공무원이 퇴직한 뒤 산하기관 고위 간부로 낙하산 ‘영전’하는 현상은 여전했다. 이와 함께 각 부처가 퇴직 공무원이 다니는 업체에 일감(용역)을 몰아주는 특혜를 주고 있다고 의원들은 지적했다.

◆대우, 눈에 띄게 좋아져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4급 이상 직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한 서기관 15명은 모두 산하기관으로 옮기면서 상임이사·이사(6명) 상무이사(4명) 본부장(3명) 감사(1명) 부사장(1명)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기관(4급)은 통상 정부중앙부처 과장직을 맡는데 퇴직 후 산하기관으로 재취업하면 대우가 눈에 띄게 좋아진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유관기관인 업종별 협회에 재취업하면 부회장직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이들이 재취업한 기관은 산업단지공단 지역난방공사 가스안전공사 전력거래소 등이다.

김 의원은 “부처의 실무책임자인 서기관이 퇴직 후 곧바로 이해관계가 있는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단체·협회 등의 고위 간부로 옮겨가는 것은 자칫 폐쇄적인 문화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할 수 있다”며 “엄격한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외교부 퇴직 공무원의 ‘전관예우’ 문제도 드러났다.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국토부 4급 이상 퇴직자 104명이 지난 5년간 산하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취업했는데 이들이 감독기관인 국토부에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하기관에서 퇴직 공무원들의 직급은 이사장(15명) 원장(13명) 부회장(19명) 본부장(21명) 이사(16명) 사장(2명) 부사장(4명) 전무(4명) 등 모두 고위직이었다고 함 의원 측은 설명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퇴직한 외교부 공무원 16명이 한국국제협력단(5명) 한국국제교류재단(5명) 재외동포재단(6명) 등 산하기관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공무원에 ‘일감 몰아주기’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퇴직한 공정거래위원회의 4급 이상 고위 공직자 45명 중 18명(40%)이 로펌으로 갔다고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지적했다. 송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김앤장 등 로펌 9곳이 이 기간 공정위 관련 행정소송 330건 중 207건(63%)을 수임했다. 송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해야 하는 공정위가 일감을 몰아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농촌진흥청도 이직·퇴직 공무원들에게 수백억원대의 연구과제를 몰아주는 등 특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이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직하거나 퇴직한 농진청 공무원 99명에게 247개 과제를 몰아주면서 연구용역비 310억원을 지원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기상장비 구입과 외부용역사업 229건 중 기상청 퇴직 공무원이 재직한 업체의 용역 수주가 전체의 41.5%인 95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추가영/김주완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