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후폭풍] "동양 CP 길 터준 금융당국, 8년간 부실 키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종금업 라이선스 연장 등 인·허가 수혜
대주주 결격 사유 있는 데 신탁업 인가
자본시장법으로 계열사 CP 판매 규제 없애
'법 개정때 현 회장 관료 인맥 작동' 관측도
대주주 결격 사유 있는 데 신탁업 인가
자본시장법으로 계열사 CP 판매 규제 없애
'법 개정때 현 회장 관료 인맥 작동' 관측도
동양증권이 2005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뒤 계열사 회사채, 기업어음(CP)을 판매해 4만여명의 투자자에게 약 2조원의 피해를 입히기까지 8년여 동안 ‘동양 CP’를 위한 법과 제도, 인허가 등 3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2005년 신탁업 인가 CP사태 ‘불씨’
동양증권은 2005년 금감위로부터 신탁업 인가와 종금업 라이선스 연장을 받아 CP 판매로 가는 길을 활짝 열었다. 2009년 2월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동양증권이 계열사 CP를 마음껏 판매할 수 있도록 포문을 열어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이 “동양 사태의 1차적 책임이 금융위에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동양증권은 2005년 12월 신탁업 인가를 받아 고객이 맡긴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계열사 CP를 일반 투자자에게도 팔 수 있게 됐다. 종전에는 CP 할인 등 일부 영업만 할 수 있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동양증권은 신규 업무를 인가받기 어려운 대주주 결격 사유가 있었으나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금감위가) 허용했다”고 말했다. 동양증권이 받은 또 다른 정책적 ‘선물’은 종합금융업 라이선스 연장이었다. 금감위는 2005년 6월 증권업 감독규정을 고쳐 동양증권(당시 동양종금증권)의 종금업 라이선스를 2008년까지에서 2011년 11월까지로 3년 늘려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CP 할인, 매매, 중개 등 CP 취급이 주 업무인 종금업 라이선스를 당시 이례적으로 연장해줬다”며 “CP 판매가 가장 많은 동양증권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도 ‘허점투성이’
동양증권이 계열사 CP 판매의 포문을 연 결정적 계기는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시행이었다. 이 법은 그 이전까지 신탁업감독규정에서 만들어놓은 △계열회사 CP 취급 금지 △계열사 CP의 신탁 편입시 10% 초과 소유 금지 등 두 가지 ‘안전장치’를 없앴다. 동양증권은 이 법 때문에 계열사 CP를 팔면서 그룹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됐고 동양의 자금구조도 ‘CP 돌려막기’로 체질이 악화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선 신탁업을 투자일임업과 동일하게 보고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수익자 동의’를 받으면 계열사 CP도 취급하도록 허용해줬다”고 해명했다.
자본시장법은 CP의 위상도 바꿔놨다. 자본시장법상 CP가 정식으로 유가증권이 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단자회사에서 주로 거래하며 신종 어음 수준으로 취급받던 CP가 증권사가 합법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유가증권으로 격상됐다”고 했다.
금융그룹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온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인맥이 관련법 개정이나 규제 완화 때마다 작동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전직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동양증권에 대해 조치를 세게 하면 온갖 로비가 다 들어와서 피곤하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2005년 전경련 산하 금융조세위원장을 맡아왔고, 2009년엔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을 맡으며 경제·금융분야 관료들과 상당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현 회장과 모피아간 연결되서 도와주고, 도움받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2005년 신탁업 인가 CP사태 ‘불씨’
동양증권은 2005년 금감위로부터 신탁업 인가와 종금업 라이선스 연장을 받아 CP 판매로 가는 길을 활짝 열었다. 2009년 2월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동양증권이 계열사 CP를 마음껏 판매할 수 있도록 포문을 열어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이 “동양 사태의 1차적 책임이 금융위에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동양증권은 2005년 12월 신탁업 인가를 받아 고객이 맡긴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계열사 CP를 일반 투자자에게도 팔 수 있게 됐다. 종전에는 CP 할인 등 일부 영업만 할 수 있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동양증권은 신규 업무를 인가받기 어려운 대주주 결격 사유가 있었으나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금감위가) 허용했다”고 말했다. 동양증권이 받은 또 다른 정책적 ‘선물’은 종합금융업 라이선스 연장이었다. 금감위는 2005년 6월 증권업 감독규정을 고쳐 동양증권(당시 동양종금증권)의 종금업 라이선스를 2008년까지에서 2011년 11월까지로 3년 늘려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CP 할인, 매매, 중개 등 CP 취급이 주 업무인 종금업 라이선스를 당시 이례적으로 연장해줬다”며 “CP 판매가 가장 많은 동양증권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도 ‘허점투성이’
동양증권이 계열사 CP 판매의 포문을 연 결정적 계기는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시행이었다. 이 법은 그 이전까지 신탁업감독규정에서 만들어놓은 △계열회사 CP 취급 금지 △계열사 CP의 신탁 편입시 10% 초과 소유 금지 등 두 가지 ‘안전장치’를 없앴다. 동양증권은 이 법 때문에 계열사 CP를 팔면서 그룹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됐고 동양의 자금구조도 ‘CP 돌려막기’로 체질이 악화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선 신탁업을 투자일임업과 동일하게 보고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수익자 동의’를 받으면 계열사 CP도 취급하도록 허용해줬다”고 해명했다.
자본시장법은 CP의 위상도 바꿔놨다. 자본시장법상 CP가 정식으로 유가증권이 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단자회사에서 주로 거래하며 신종 어음 수준으로 취급받던 CP가 증권사가 합법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유가증권으로 격상됐다”고 했다.
금융그룹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온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인맥이 관련법 개정이나 규제 완화 때마다 작동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전직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동양증권에 대해 조치를 세게 하면 온갖 로비가 다 들어와서 피곤하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2005년 전경련 산하 금융조세위원장을 맡아왔고, 2009년엔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을 맡으며 경제·금융분야 관료들과 상당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현 회장과 모피아간 연결되서 도와주고, 도움받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