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13일 오전 11시45분

STX팬오션이 세계 최대 펄프업체인 피브리아와 맺은 5조5000억원 규모의 장기운송계약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13일 STX팬오션에 따르면 피브리아는 장기운송계약을 위해 STX조선해양에 발주한 선박 20척 가운데 4척을 취소했다. 당초 1조1326억원 수준이던 펄프운반선 건조를 위한 투자 규모는 8278억원으로 줄었다.

피브리아는 STX팬오션의 법정관리와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자율협약 등 STX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7월께부터 STX 측과 계약이행 여부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팬오션 측은 “그룹과 채권단, 피브리아 측과 협의 끝에 우선 인도 기한이 지난 4척을 취소 결정한 것”이라며 “아직 건조되지 않은 12척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STX팬오션은 피브리아와 2012년부터 25년간 20척의 펄프운반선을 투입해 펄프를 운반하는 내용의 장기운송계약을 2010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52억달러(약 5조5744억원)에 이른다. STX팬오션은 2010년 말 STX조선해양과 STX다롄에 펄프운반선을 발주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피브리아가 계약 해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 STX다롄은 선박 제작을 중단한 상태고, 조선해양 역시 유동성 악화로 건조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용선을 통해 운반한다고 해도 적절한 배를 약속된 시간 안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