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서양화가 박은숙 씨(58).
그는 광활한 우주의 풍경을 전통 오방색으로 뽑아낸다. 어린 시절 고향(대구)에서 봤던 별이나 달 해 산 집 꽃과 새를 삼각형과 원 모형으로 압축한 게 특징이다. 파란색과 빨강 황색 노란색 초록색 등으로 칠한 하늘은 반짝반짝 빛나면서도 보일 듯 말 듯한 시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최근에는 금색과 은색을 많이 활용한다. 묘사적이거나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빛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것 같은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에서다.
“궁극적으로 우주시대의 담론을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금색과 은색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태초의 세계를 놓고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의 조우가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도 있고요.”
우주와 생명의 신비감에 빠져들며 시간 나는 대로 붓을 든다는 박씨는 “나이가 들면서 ‘화가는 정원을 가꾸는 사람과 같다’는 마티스의 말에 더욱 공감한다”고 말했다. 캔버스에 환희 찬미 기쁨 기도 영광 하모니의 세계를 음악처럼 변주하며 맑은 물이 얼굴을 비추듯, 상응하고 조응하는 공간을 창출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미지란 확실한 것이 아니라 부유하고 변화무쌍한 것”이라며 “관람객은 무한한 상상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미지를 즐기면 된다”고 말한다. ‘빛의 근원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다정한 별빛을 받으며 아웅다웅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삼각형과 원형 구도로 응축해낸 ‘기원’ ‘환희’ 시리즈 등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