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이더라도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만들어 팔았다면 화장품 전 품목에 걸쳐 내린 제조정지 처분이 지나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원료를 철저하게 검사하지 않은 제조·판매업체에 책임을 묻는 판결이어서 화장품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1일 동성제약이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상대로 낸 제조업무 정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의약품은 허가제인 반면 화장품은 신고제이므로 현행법을 어기면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제조업자들이 품질관리 규정을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성제약이 스테로이드 성분을 직접 넣진 않았지만 원료 공급업체의 말만 믿고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행정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비자들이 스테로이드 성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장기간 사용해 그 부작용도 상당했을 것”이라며 “동성제약은 30여년간 화장품을 제조해온 중견기업이므로 관련 법을 더욱 엄격하게 준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성제약은 2008년 코시드바이오팜에서 납품받은 ‘아토콘제로’란 원료로 아토피 등 피부질환 개선 크림인 ‘아토하하크림’을 만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은 2010년 11월 해당 화장품에서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트리암시놀론 아세토니드 40ppm △21-초산프레드니손 67ppm이 검출되자 이듬해 2월 동성제약에 화장품 제조업무 12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스테로이드는 알레르기성 피부염 등 부작용 때문에 식약처가 화장품에 섞지 못하도록 지정한 성분이다.

한편 대법원은 2011년 2~3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동성제약과 같은 처분을 받은 △포쉬에화장품(노아-케이원크림) △해피코스메틱(글라우베크림) △크린스화장품(림피아화이트닝크림) 측이 이를 취소해 달라며 대전·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상대로 각각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이날 모두 확정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