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 맥 못추는 토종 포털…OS·제조사가 '장악'
'인터넷 시대' 관문으로 통하던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들이 '모바일 시대'에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데다 카카오와 같은 신생 벤처기업이 주류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 통신 계열사인 SK플래닛 등 대기업도 모바일 앱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시대' 맥 못추는 토종 포털…OS·제조사가 '장악'
11일 인터넷 시장 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0월 첫째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순설치자수 상위 10개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휩쓸고 있다.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5위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상위 100개의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앱의 비중이 29%로 가장 높았고, 구글(20%), SK플래닛(19%)이 뒤를 이었다.

국내 최대 포털업체 네이버는 모바일 앱 시장에서 인기 순위가 14위에 불과했다. 네이버 자회사인 캠프모바일의 서비스를 포함하면 지도, 밴드, N드라이브만 100위권 내에 들었다.

다음과 네이트는 각각 44위, 72위에 그쳤다.

모바일 순이용자수도 눈에 띈다.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는 PC 인터넷에서 첫 화면 순방문자 수 1~3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순이용자수 순위에서는 각각 5위, 24위, 44위로 뒤쳐졌다.

이는 구글 또는 삼성, SK텔레콤 등이 운영체제(OS)나 단말기에 앱을 '기본 탑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본 탑재된 앱은 대부분 이용자가 삭제할 수 없도록 제작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에서는 포털이 아닌 주소록, 메신저, 카메라, 지도 등 기능형 서비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또 제조, 통신사 등이 단말기에 앱을 선탑재하고,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포털 업체들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라인',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라는 타이틀을 얻은데 이어 최근에는 스페인에서도 주목받으며 총 2억5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카카오톡은 국내를 벗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또한 '마이피플'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선언한 상태다.

네이버 측은 "'라인'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오는 절박함 속에서 탄생한 서비스"라며 "다만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이 전체 가입자수가 4억6000만명을 넘어섰고, 중국 외 지역 가입자 수도 1억명을 돌파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외로 만만치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