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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49주년 - 기로에 선 신흥국…20억 시장을 가다] 신이 축복 준 브라질…인간이 망친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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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브라질 (上)

    천연자원 세계 최고지만 인프라 꼴찌…수출 막히고 임금 인플레로 성장시스템 위기

    심각한 브라질 코스트
    원자재에만 의존…위기에 취약
    '큰 정부'가 산업다각화 막아…부유층 자녀 중심의 교육시스템
    [창간 49주년 - 기로에 선 신흥국…20억 시장을 가다] 신이 축복 준 브라질…인간이 망친 브라질
    브라질 경제수도 상파울루에서 남쪽으로 약 150㎞ 떨어진 남미대륙 최대의 항구 산투스항. 지난달 27일 이곳을 찾은 기자는 진짜 여기가 ‘남미 최대의 항구’인지를 몇 번이나 되물어야 했다. 항만으로 연결된 철로는 곳곳이 손상돼 화물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밑으로 푹 휘어졌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아찔한 모습이었다. 화물열차의 짐칸은 이곳저곳 구멍이 나 곡물들이 줄줄 새고 있었다. 흘러나온 곡물들은 진흙탕 속에서 방치된 채 썩어 악취를 뿜어댔다.

    통관이 안 된 컨테이너가 산적해 있는 산투스항.
    통관이 안 된 컨테이너가 산적해 있는 산투스항.
    “신은 브라질 사람이다.” 브라질을 묘사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이다. 그만큼 많은 축복을 받은 나라다. 커피, 설탕, 사탕수수, 오렌지, 콩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1위다(생산량 기준). 최근 발견된 암염하층 원유(바다 밑 2000~3000m 암염·사암층에 있는 원유) 추정량은 최소 150억배럴에서 최대 2000억배럴에 이른다. 투자 정보지인 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데일 데이비드슨 대표는 “100년 내 브라질이 세계 최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아직까진 요원한 얘기다. 선진국은 물론 인도보다도 못한 인프라 수준 때문에 농산물과 천연자원의 수출길이 막혀 있다. 부실한 교육시스템 탓에 인건비도 턱없이 높다. 원자재에 치중한 산업구조는 위기에 취약한 경제를 만들었다. 이 같은 문제점은 후진적 정치와 함께 사회 전반적인 비효율성을 높이는 ‘브라질 코스트’를 형성하고 있다.

    성장 발목 잡는 인프라

    [창간 49주년 - 기로에 선 신흥국…20억 시장을 가다] 신이 축복 준 브라질…인간이 망친 브라질
    브라질의 인프라 문제는 심각하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인프라 자산 가치는 이탈리아·중국 등이 75% 선, 미국·인도 등이 60% 수준인 반면 브라질은 16%에 불과하다. 브라질의 GDP 규모가 세계 6위인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인프라 부족은 고스란히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브라질 현지기업인 유니코바의 박영무 회장은 “20피트 컨테이너를 중국에서 브라질까지 보내는 운임이 1000달러 정도인데, 브라질 국내에서 200㎞를 옮기는 데 2000달러가 넘게 든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가 내놓은 투자계획만 2017년까지 1조2600억헤알(약 611조원) 규모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계획이 실행이 안 된다는 점이다. 브라질 최대 은행인 이타우BBA의 카이오 메갈레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 정부는 재정의 3분의 1을 연금에 쓰고 있다”며 “인프라에 쓸 돈이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브라질 GDP의 1.5%만 인프라 투자에 쓰인다. 세계 평균인 3.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메갈레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예산이 없다면 민영화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인프라를 외국에 맡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시장을 개방하지 않거나 턱없이 낮은 수익률만 보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건비 높이는 ‘공짜 대학’

    ‘브라질 코스트’의 또 다른 주요 요인은 교육이다. 박 회장은 “7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내걸어도 제대로 된 중간관리자를 찾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원인은 브라질의 왜곡된 교육정책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브라질은 GDP의 5.8%(2010년 기준)를 교육에 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 하지만 OECD 정부들이 평균 대학생 한 명에게 쓰는 예산이 고교생 이하 한 명에게 쓰는 예산보다 30% 많은 반면 브라질은 5배나 많다. 예산 사용이 대학교육에 편중돼 있다는 얘기다. 1970년대 군사독재 시대에 내건 ‘국공립대 무상교육’ 정책을 유지한 결과다.

    문제는 국공립대에 진학하는 계층이 대부분 부유층이라는 점. 반면 초등학교 교사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고급교육을 받을 기회 자체가 없다. 대학에 진학하는 소수 고급인력의 인건비만 턱없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초등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까지 교육비 예산을 GDP의 10%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암염하층 원유를 개발한 수익의 75%를 교육에 쓰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해결책은 예산의 절대액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더 많은 예산을 초등교육에 편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 발목 잡는 큰 정부

    브라질의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는 ‘컨트롤러’라는 직책이 있다. 일종의 ‘대관(對官) 업무 담당’이지만 한국 등과는 규모가 다르다. 정부 관계자들과 밀접한 인맥을 유지하며 로비도 해야 하고, 수시로 바뀌는 복잡한 세법도 꾀고 있어야 한다. 기자가 방문한 A기업은 한 층의 절반을 컨트롤러들이 쓰고 있었다. 브라질에서 사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브라질 법무법인 디마레스트의 마리오 노게이라 변호사는 “브라질 27개 주, 5000여개 시의 세법이 각각 다르다”고 설명했다.

    큰 정부는 브라질 경제를 망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1980년대 시행된 ‘정보기술(IT) 제품 수입 전면 금지’와 같은 보호무역 조치는 브라질 제조업 발전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렇다 보니 브라질 수출에서 공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6% 수준(지난해 기준)에 그친다. 나머지는 모두 원자재다. 브라질 내에서는 소수 제조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며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공급자 중심 시장이 형성돼 있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풍부한 자원 때문에 오랜 기간 제조업 발전 계획을 세우지 않은 데다 정부 간섭도 심해 사업 다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산투스=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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