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철강협회장 되는 정준양…'철강코리아' 입지 커질 듯
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이 세계철강협회(WSA·약칭 월드스틸) 회장에 취임하기 위해 브라질 상파울루로 출국했다. 최근 거취와 관련한 갖은 풍문에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4일 포스코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밤 출국해 6일 열리는 WSA 연차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협회의 정식 발표는 오는 7일 오후 10시(한국시간)께 이뤄진다.

정 회장은 이후 9, 10일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한국과 브라질의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에 참석해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WSA 연차총회에서 임기 3년(2012년 10월~2015년 10월)의 회장단으로 선임됐다. 회장단이 되면 처음 1년은 부회장직을, 다음 1년은 회장직을 맡는다. 마지막 1년은 다시 부회장직을 맡는다. 일정대로라면 정 회장은 내년 10월까지 WSA의 수장 역할을 맡게 된다.

한국에서 WSA 회장을 맡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김만제ㆍ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이 1996년과 2007년 각각 회장에 취임했다.

정 회장은 2009년부터 협회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집행위원회의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원료 조달과 제품 수급,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 등에 대해 활발한 의견을 개진해 회장으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취임하면 포스코는 물론 한국 철강사들의 협회 내 발언권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 회장이 월드스틸 수장에 취임하면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한 글로벌 철강업계의 공동 대응을 이끌어내는 게 당면 현안이다. 현재 철강 제조공법은 탄소환원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소환원법도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상업화의 길이 멀다. 포스코는 연구소 차원에서 이 공법을 연구 중인 만큼 월드스틸 회원사와 공동연구에 나서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WSA는 1967년 11개국의 18개 회원사로 출범했으며 현재 전 세계 170여개 철강사와 관련 협회, 연구소 등을 거느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철강 단체로 꼽힌다.

철강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WSA 회장이 되면 일각에서 제기됐던 회장 사퇴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WSA 회장은 전 세계 주요 철강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맡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며 “만약 외풍에 의해 정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이는 국제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