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로 금융시장이 요동칠 경우 공개시장 조작 등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한은은 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미국 출구전략을 둘러싼 시장 기대의 변화에 따라 금리가 급등할 경우 금융 및 실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 있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공개시장 조작은 한은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국채 등의 증권을 사고 팔며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이나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 수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채권시장은 2000년 이후 모두 8차례 금리 상승기를 경험했다. 이 중 2001년 10월4일~2002년 4월9일 등 네 번의 시기는 한은의 통화정책 변화나 경기 회복 가시화 등 국내 요인으로 금리가 급등했다. 반면 2001년 2월12일~4월26일을 포함한 나머지 네 번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외국인 채권 매도 등 일시적인 대외 충격으로 금리가 큰 폭 뛰었다. 한은은 과거 대외 충격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한 경우 신용위험 우려가 높아지고 주가와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상황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2008년 4월30일부터 7월14일까지 74일 동안 주가는 14.6% 급락했고 원화 값도 0.2% 떨어졌다.

한은이 이날 강력한 수위의 공개시장 조작을 언급한 것은 이 같은 요인으로 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종석 한은 정책총괄팀장은 “통화당국의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와 기업 구조조정 강화, 가계부채 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글로벌 금리 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