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에 좋은 바나나…이뇨제와 함께 먹으면 '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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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약과 음식 궁합
진통제 먹을 땐 우유 좋지만 항생·소화제는 약효 떨어뜨려
철분 산화시키는 녹차·홍차, 감기·빈혈 환자엔 안 맞아
음주 전 위장약으로 위벽코팅?…혈중 알코올농도 높여 위험
진통제 먹을 땐 우유 좋지만 항생·소화제는 약효 떨어뜨려
철분 산화시키는 녹차·홍차, 감기·빈혈 환자엔 안 맞아
음주 전 위장약으로 위벽코팅?…혈중 알코올농도 높여 위험
직장인 손모씨(54·경기 수원시 팔달구)는 2년째 매일 아침 바나나를 요구르트에 갈아 이뇨제 성분의 고혈압약과 함께 먹고 있다. 혈압 조절에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손발이 갑자기 무겁고 온몸에 무력감이 들면서 심장에 쥐어짜는 듯한 부담을 느끼는 증상이 생겼다. 손씨는 걱정이 돼 병원에 갔더니 주치의는 “약과 함께 먹는 바나나셰이크가 문제”라고 말했다. 고혈압에 바나나가 좋지만 이뇨제를 먹을 때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약과 상극인 음식이 적지 않고, 약과 함께 먹으면 도움이 되는 음식도 있다. 오윤경 건국대병원 약제부 조제팀장은 “약의 흡수율을 낮추는 음료, 높이는 음료가 따로 있다”며 “매일 약을 먹는 만성질환자는 자신의 약 특성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나나, 이뇨제엔 금물
최근 영국의 식의약안전위원회는 약의 효과를 방해하는 음식 200여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복약지도 정보방(http://medication.kfda.go.kr)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 바나나는 좋은 간식이다.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뇨제 성분의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는 예외다. 이뇨제는 칼륨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이뇨제를 바나나와 함께 먹으면 혈액 속 칼륨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 이뇨제가 아닌 다른 기전의 고혈압약은 바나나와 함께 먹어도 무방하다.
약을 먹을 때 우유는 금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우유가 의외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아스피린 등 소염진통제나 부신피질호르몬제를 먹을 때는 우유가 위벽을 보호해준다. 고혈압약 중 알파차단제를 복용하면 지나치게 혈압이 떨어질 수 있는데, 우유가 이를 막아줘 함께 먹으면 좋다. 우유는 요산 배출을 돕기 때문에 통풍치료제와도 잘 맞는다.
반면 변비약과 항생제 등은 우유가 약의 흐름을 막고 흡수를 방해해 같이 먹으면 약효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감기·다이어트 약, 카페인 안 맞아
커피·홍차·녹차·콜라 등은 카페인 음료다. 우리 주변엔 카페인이 함유된 약도 수두룩하다. 피로해소제·종합감기약·살빼는 약·드링크류·진통제·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이 카페인 약에 속한다.
이 둘의 조합, 예컨대 ‘카페인 음료+카페인 함유 약’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함께 먹으면 카페인 과잉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또 소변이 자주 마렵고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빈혈약을 복용 중인 사람에게 차는 좋지 않다. 금기 음료다. 홍차·녹차에 든 타닌(떫은 맛 성분)이 빈혈약의 주성분인 철분을 산화시키기 때문이다. 타닌은 보통 위장 내에서 30분가량 머문다. 전문가들은 “철분제를 복용하기 30분 전후에는 차를 마시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스피린·타이레놀, 술과 먹으면 간 손상
약국에서 약을 살 때 약사들이 주로 하는 말이 있다. 약을 복용할 때 가능한 한 술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약은 간에서 해독된다. 술까지 마시면 간이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감기약과 술을 함께 마시면 정신 차리기도 힘들어진다. 항히스타민(감기약 성분)과 알코올(술)의 ‘합작’으로 졸음이 쏟아져서다. 운전·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아스피린도 술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 같이 복용하면 위·장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하루 세 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아스피린·타이레놀 등을 장복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타이레놀을 오래 복용하면 간 손상 위험이 높은데, 여기에 술까지 더하면 간은 두 손 두 발 다 들어 버린다.
술 마시기 전에 일부러 소화제나 위장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도 잘못된 상식이다. 소화제는 혈중 알코올 농도를 갑자기 증가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 제산제 계통의 위장약도 위벽에 있는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동을 막아 혈중 알코올 농도를 20%가량 높인다.
○진통제, 남용하면 청력 손상돼
요즘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바쁜 일상 속 각종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린 증상 등에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진통제를 먹는다.
하지만 이는 청력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 샤론 커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교수팀이 1995년부터 2009년까지 31~48세 여성 간호사 6만2261명을 대상으로 1주일에 진통제(이부프로펜·아세트아미노펜 등)를 복용하는 횟수와 청력 이상 관계를 조사한 결과다. 전체 대상자의 16.1%(1만12명)에게서 청력 이상이 발견됐다.
청력 이상이 생길 위험은 진통제를 1주일에 1회 미만 복용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1주일에 2~3회 복용하는 사람이 17~20%, 1주일에 4~5회 복용하는 사람이 28~29%로 높았다.
임기정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진통제에는 귀의 달팽이관으로 가는 혈류를 줄이고 소리를 듣게 하는 세포 기능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진통제를 오랜 기간 자주 먹으면 청력 손상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만성질환으로 오래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 사람은 이명(귀 울림)이나 청력 소실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 후 위험이 없는 약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팀장은 “약효에 영향을 주는 음식이나 음료라고 평생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유를 마셨다면 변비약이나 빈혈약은 한두 시간 뒤 우유가 소화된 다음에 먹는 등 시간 차이를 두면 괜찮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오윤경 건국대병원 약제부 조제팀장
약과 상극인 음식이 적지 않고, 약과 함께 먹으면 도움이 되는 음식도 있다. 오윤경 건국대병원 약제부 조제팀장은 “약의 흡수율을 낮추는 음료, 높이는 음료가 따로 있다”며 “매일 약을 먹는 만성질환자는 자신의 약 특성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나나, 이뇨제엔 금물
최근 영국의 식의약안전위원회는 약의 효과를 방해하는 음식 200여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복약지도 정보방(http://medication.kfda.go.kr)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 바나나는 좋은 간식이다.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뇨제 성분의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는 예외다. 이뇨제는 칼륨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이뇨제를 바나나와 함께 먹으면 혈액 속 칼륨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 이뇨제가 아닌 다른 기전의 고혈압약은 바나나와 함께 먹어도 무방하다.
약을 먹을 때 우유는 금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우유가 의외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아스피린 등 소염진통제나 부신피질호르몬제를 먹을 때는 우유가 위벽을 보호해준다. 고혈압약 중 알파차단제를 복용하면 지나치게 혈압이 떨어질 수 있는데, 우유가 이를 막아줘 함께 먹으면 좋다. 우유는 요산 배출을 돕기 때문에 통풍치료제와도 잘 맞는다.
반면 변비약과 항생제 등은 우유가 약의 흐름을 막고 흡수를 방해해 같이 먹으면 약효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감기·다이어트 약, 카페인 안 맞아
커피·홍차·녹차·콜라 등은 카페인 음료다. 우리 주변엔 카페인이 함유된 약도 수두룩하다. 피로해소제·종합감기약·살빼는 약·드링크류·진통제·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이 카페인 약에 속한다.
이 둘의 조합, 예컨대 ‘카페인 음료+카페인 함유 약’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함께 먹으면 카페인 과잉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또 소변이 자주 마렵고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빈혈약을 복용 중인 사람에게 차는 좋지 않다. 금기 음료다. 홍차·녹차에 든 타닌(떫은 맛 성분)이 빈혈약의 주성분인 철분을 산화시키기 때문이다. 타닌은 보통 위장 내에서 30분가량 머문다. 전문가들은 “철분제를 복용하기 30분 전후에는 차를 마시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스피린·타이레놀, 술과 먹으면 간 손상
약국에서 약을 살 때 약사들이 주로 하는 말이 있다. 약을 복용할 때 가능한 한 술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약은 간에서 해독된다. 술까지 마시면 간이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감기약과 술을 함께 마시면 정신 차리기도 힘들어진다. 항히스타민(감기약 성분)과 알코올(술)의 ‘합작’으로 졸음이 쏟아져서다. 운전·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아스피린도 술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 같이 복용하면 위·장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하루 세 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아스피린·타이레놀 등을 장복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타이레놀을 오래 복용하면 간 손상 위험이 높은데, 여기에 술까지 더하면 간은 두 손 두 발 다 들어 버린다.
술 마시기 전에 일부러 소화제나 위장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도 잘못된 상식이다. 소화제는 혈중 알코올 농도를 갑자기 증가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 제산제 계통의 위장약도 위벽에 있는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동을 막아 혈중 알코올 농도를 20%가량 높인다.
○진통제, 남용하면 청력 손상돼
요즘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바쁜 일상 속 각종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린 증상 등에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진통제를 먹는다.
하지만 이는 청력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 샤론 커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교수팀이 1995년부터 2009년까지 31~48세 여성 간호사 6만2261명을 대상으로 1주일에 진통제(이부프로펜·아세트아미노펜 등)를 복용하는 횟수와 청력 이상 관계를 조사한 결과다. 전체 대상자의 16.1%(1만12명)에게서 청력 이상이 발견됐다.
청력 이상이 생길 위험은 진통제를 1주일에 1회 미만 복용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1주일에 2~3회 복용하는 사람이 17~20%, 1주일에 4~5회 복용하는 사람이 28~29%로 높았다.
임기정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진통제에는 귀의 달팽이관으로 가는 혈류를 줄이고 소리를 듣게 하는 세포 기능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진통제를 오랜 기간 자주 먹으면 청력 손상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만성질환으로 오래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 사람은 이명(귀 울림)이나 청력 소실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 후 위험이 없는 약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팀장은 “약효에 영향을 주는 음식이나 음료라고 평생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유를 마셨다면 변비약이나 빈혈약은 한두 시간 뒤 우유가 소화된 다음에 먹는 등 시간 차이를 두면 괜찮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오윤경 건국대병원 약제부 조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