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철도·방산·플랜트 '삼각편대'… 현대로템의 무한질주
지난 6월22일 서울 양재동 현대로템 본사. 해외영업 담당 직원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州)정부가 발간하는 관보에 상파울루 교외선 전동차 240량의 최종 납품업체로 현대로템이 선정됐다는 공고가 떴기 때문이다. 당시 입찰에는 중남미 철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스페인 CAF와 중국 CNR 등 전 세계 강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현대로템이 이들과 경쟁해 450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따낸 것이다.

현대로템은 앞서 지난 4월 초 인도 델리 지하철공사(DMRC)가 발주한 델리 메트로 3기 전동차 사업도 수주했다. 2017년까지 새로 건설되는 지하철 7·8호선에 투입될 전동차 636량을 납품하는 1조원대 프로젝트다. 세계 1위인 캐나다 봄바르디에를 비롯해 프랑스 알스톰, 독일 지멘스 등 글로벌 철도업체 ‘빅3’가 모두 뛰어든 대형 입찰이었다.

현대로템은 철도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7년 출범한 이 회사는 고속전철, 자기부상열차, 전동차 등을 생산하는 한국 유일의 철도 차량 및 시스템 제작회사다. 철도 외에 방위산업과 플랜트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 3조1170억원 가운데 철도 부문이 1조4700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방위산업과 플랜트 부문 매출도 각각 3500억원과 1조2300억원에 이른다. 2020년에는 수주 12조7000억원, 매출 1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7월1일로 창립 36주년을 맞은 현대로템은 새로운 도약을 겨냥해 기업공개(IPO)를 진행 중 이다.

○2020년까지 전 세계 ‘톱5’ 철도회사로


현대로템은 전동차, 디젤 동력분산식 열차, 디젤기관차, 전기기관차, 2층 객차, 경전철, 자기부상열차, 고속전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종을 자체 개발해 해외 35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전 세계 네 번째 고속전철인 KTX 산천과 시속 430㎞급 차세대 고속전철(HEMU-430X),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 배터리 충전 노면전차 등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시속 400㎞급 이상 고속전철을 개발한 나라는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한국 등 5곳뿐이다.

현대로템은 2020년까지 ‘글로벌 톱5’ 종합 철도회사 반열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철도차량 제작에만 머물지 않고 수익성이 높은 전기기계와 운영 및 유지보수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전기기계는 철도 차량 운행에 필요한 신호·통신 기반 열차관제시스템과 승객안내시스템 등을 포함한다.

또 최적화된 생산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800량 수준인 창원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2015년까지 1000량 규모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2층 고속철과 친환경 차량 등 기술집약형 신차 개발에도 연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 중

미 등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지시에 따라 여건이 조성되면 언제든지 유라시아 횡단열차 프로젝트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 최대 철도 차량 생산기업인 UVZ 관계자들을 최근 한국으로 초청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K2 해외 수출 등 글로벌 무기업체로 도약

현대로템은 한국 유일의 전차 개발 및 생산 업체다. 지난 30여년간 축적해 온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육군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을 K2전차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K2전차는 내년 상반기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2015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K2 전차를 국방부에 납품할 예정이다. 추가 발주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2008년 7월 터키 정부를 상대로 K2전차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 전 세계 방산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페루, 라트비아, 태국 등 지상무기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활발한 수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차륜형 전투차량(빠르게 달릴 수 있게 만든 전투차량)’의 체계 개발업체로 선정됐다.

현대로템은 방산분야에서 2020년 매출 8000억원, 수주 1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360%, 수주는 470%가량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1위의 지상무기 생산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윤성덕 현대로템 중기사업본부 이사는 “우주항공분야를 비롯해 국방로봇 등의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것”이라며 “군사기밀이어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신성장 아이템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트 부문의 숨은 강자…기업공개 추진


현대로템의 플랜트 사업 부문은 지난 30여년간 제철, 자동차, 환경 등의 설비에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2000년대 후반 포스코특수강 정련설비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현대제철 당진공장 A·B지구 정상화 공사와 고로 1·2·3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GM·포드 등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물류설비도 중동 및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발전소 원료운반 설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플랜트 사업에서 안정적 시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철, 환경, 자동차 설비 중심에서 벗어나 자원개발과 시멘트 생산설비, 발전, 담수 플랜트 등으로 사업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플랜트 등 3개 사업군의 성장을 바탕으로 지난달 16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공모 규모는 총 2706만주다. 모건스탠리 프라이빗 에쿼티(MSPE)의 구주 매출 600만주를 제외한 2106만주를 신주 모집한다. 공모 예정가는 주당 1만7000~2만3000원이다. 장화경 현대로템 정책지원사업부 상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현대로템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장 개척과 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