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첫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하며 명장 반열에 오른 류중일(50)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오늘 올 시즌 들어 가장 긴장을 많이 했다"고 하루를 돌아봤다.

삼성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방문 경기에서 9-2로 이겨 정규리그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이로써 류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1년부터 3년을 연달아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이나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도 이뤄내지 못한 프로야구 사상 첫 기록이다.

프로야구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류 감독은 "위기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서로 잘 다독여 우승했다"며 "훌륭한 코치진과 선수들을 데리고 감독을 할 수 있어서 참 복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류 감독과의 일문일답.
-- 울었나?
▲ 아니다.

원래 눈이 약해서 찬 바람 불면 눈물이 나온다.

울긴 왜 우나.

아직 (한국시리즈) 하나 더 남았다.

-- 세 번째 우승인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 사장님, 단장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훌륭한 코치, 선수들 데리고 감독하는 것 자체가 복이라고 느낀다.

주장 최형우, 진갑용, 이승엽 선수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후배들을 잘 다독여서 뭉치게 했던 것 같다.

특히 8∼9월 부상 선수 많아서 안 좋았는데 당시 8연승 한 게 우승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고기도 먹어본 친구가 먹는다고 위기 때 선수들이 잘 헤쳐나간 게 크게 작용한 것 같다.

-- 한국시리즈까지 계획은.
▲ 한국시리즈까지 약 3주 남았다.

내일 게임 마치면 이틀 정도 쉴 계획이다.

선수들 잘 관리하면서 나머지 휴식 일정은 코칭 스태프 회의로 결정할 거다.

또 적당한 시기에 합숙에 들어가 훈련 강도를 높일 생각이다.

이때 얼마만큼 컨디션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연습게임, 청백전 다 하면서 잘 대비할 예정이다.

-- 원래대로 내일 배영수를 등판시킬 것인가.

▲ 그렇다.

-- 그럼 야수도 베스트 멤버로 출전하나.

▲ 채태인은 내일 출전이 힘들 것 같다.

오늘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 좋아서 뺐다.

포수는 이정식이나 이지영을 쓸 생각이다.

-- 매년 우승하는데 동기부여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 시즌 전 선수 미팅에서 딱 한마디 했다.

'2년 연속 우승팀이니 지든 이기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겨서 강팀이 되는 게 아니라 매 게임 온 힘을 다하는 게 강팀이다.

팬을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 보이자'고 했다.

우승 두 번 했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가장 좋아하는 말은 자신감이고, 가장 싫어하는 자만심이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 후반기 치열한 접전이 이뤄질 거라 예상했나.

▲ 예상 못 했다.

4위권 팀들은 누가 더 잘한다고 가늠하기 어렵다.

비슷비슷하다.

어찌 됐든 페넌트레이스와 단기전은 선수 운영이 다르니까 한국시리즈에 누가 올라오든 재미있는 경기가 될 거라 본다.

-- 매년 우승하면서 느낌이 다를 것 같다.

▲ 첫해는 불안감 속에서 우승했다.

2년째에는 전년도 우승의 기를 받아 우승한 것 같다.

올해는 초심을 잃어가는 느낌 속에 우승했다.

초심이 쭉 가야 했는데 그게 자꾸 없어지더라. 그래서 자기 전에 반성도 많이 했다.

이 덕에 감독으로서 성장했던 것 같다.

-- 초심 잃었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

▲ 선수 때나 코치때나 많은 훌륭한 감독님을 모셔봤다.

김응용, 선동열, 백인천, 김성근 감독님 등이었다.

나는 그런 분들의 장점과 단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초심을 잃었다는 건 장점이 아닌 단점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걸 반성했다.

-- 경기 전에는 우승을 앞두고 '장가가기 전날'이라고 했다.

▲ 농담이었다.

오늘 올해 들어서 가장 긴장을 많이 했다.

마지막 경기니까.

모든 감독한테 물어보면 마지막 결정 짓는 게임에 감독은 긴장을 심하게 한다.

초반에 롯데에 말렸었는데 이후에 점수 내면서 긴장이 풀리더라.
-- 올해 가장 위기라고 느끼며 긴장했던 순간은.
▲ 8월 채태인 빠지고, 배영섭 머리 다쳐 빠졌을 때다.

그때 위기였다.

그런데 태인이가 한 달 만에 복귀해서 공교롭게 8연승을 했다.

그게 우승 원동력이었다.

(부산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