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일 제4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앞서 서울 용산 국방부 연병장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일 제4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앞서 서울 용산 국방부 연병장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2015년 12월 한국에 넘기기로 한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재연기 가능성만 열어 놓은 데 그쳐 구체적인 전환 시기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일 서울에서 제4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열어 전작권 재연기 필요성에 공감하고 공동실무단을 구성해 전작권 전환 재연기 조건을 협의하기로 했다. 또 유사시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해 양국 지상·해상·공중의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완성했다. 두 장관은 이 같은 합의내용 등을 담은 13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 헤이글 장관은 SCM 후 기자회견에서 “전작권 전환이라는 것은 항상 조건이 전제돼 왔다”며 “현재 그 조건을 검토하고 있고, 또 조건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반도의 제반 안보 상황과 여기에 대한 대비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조건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전환 시기는 양국 협의를 거쳐 어느 시기가 가장 적합할지 합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전환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2007년 전작권 전환시기를 2012년 4월로 결정했으나 한국군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2010년에 2015년 12월로 연기한 바 있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북핵 위협의 증가와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다. 김 장관은 이날도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던 2007년도 당시 한반도 안보상황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현재의 안보상황은 확연히 다르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고수하는 한 핵·미사일 위협을 비롯한 여러 가지 남북관계의 상황이 대단히 유동적이고 위협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위협 수준이 높아지면서 5월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작권 재연기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8월 브루나이에서 열린 제2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번 SCM에서도 재연기에 대한 명확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협상카드로 내세워 한·미 방위비 분담금이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등 압박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당국 및 의회에서는 전작권을 계속 유지할 경우 발생할 군 운용 비용에 부담을 느껴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반대하는 기류가 있다.

양국 장관의 이날 서명으로 발효된 맞춤형 억제전략은 전·평시 북한의 핵위기 상황을 위협, 사용임박, 사용 등 3단계로 구분했다. 단계별로 외교·군사적인 대응방안을 동원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사용임박 단계에선 군사적인 선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개념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북한 핵위협 시나리오별로 효과적인 억제방안을 포함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 실효성과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공약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를 제고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