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의 2014회계연도(내달 1일~내년 9월) 예산안을 둘러싼 정쟁으로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개혁정책인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민주·공화 양당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진보·보수 진영의 '이념 논쟁'으로까지 번지면서 시한 내 협상타결은 이미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대세를 이루는 형국이다.

미국 정치권은 29일(현지시간) 하원이 통과시킨 수정예산안을 놓고 대치와 설전을 이어갔다.

공화당이 다수 석을 차지하는 하원은 이날 새벽 오는 12월 15일까지 현 수준의 예산을 집행하되 오바마케어의 시행을 1년 유예하는 내용의 수정예산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표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하원이 행동을 했으니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이제는 상원이 지체없이 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일을 끝내자"고 압박했다.

그러나 상원의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를 상원에서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백악관은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 이 예산안은 폐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은 오바마케어 1년 유예안을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라면서 "미국 국민은 티파티(보수성향의 유권자 단체)의 무정부주의자들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측은 특히 야당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감 때문에 연방정부의 가동을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공화 양당의 보좌진들은 현재 분위기라면 다음 달 1일 셧다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막판 대타협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대럴 아이사(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어찌 감히 실패를 가정할 수 있느냐"면서 "타협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일시 업무를 중단하게 되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1995년 12월 무려 21일간 정부운영이 중단되면서 빚어졌던 엄청난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

특히 당시에는 일부나마 세출법안이 통과됐지만 이번에는 전혀 처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충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