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이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6일 국민연금공단 서울 종로중구지사 종합민원
실에서 한 할아버지가 상담받고 있다. 연합뉴스
기초연금이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6일 국민연금공단 서울 종로중구지사 종합민원 실에서 한 할아버지가 상담받고 있다. 연합뉴스
“똑같이 세금 내면서 사는데 국민연금 가입자라는 이유로 나중에 기초연금을 10만원밖에 못 받는다고 하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직장생활 13년째인 정모씨(38)는 지난 25일 정부가 발표한 기초연금 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난한 노인을 우선 구제한다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였다.

○세대 차별 논란

정부가 발표한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놓고 세대 간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와 50대 이하 청·장년 세대가 무조건 월 20만원을 받는 국민연금 무가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초연금을 덜 받는 구조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연금 가입자가 손해 본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26일 논평에서 “기초연금 차등 지급은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와 청·장년 세대를 역차별함으로써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키고, 노후 불안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노인 위해 미래노인 희생" vs "장기가입자 연금 이익 더 늘어"
기초연금 정부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2년 이상인 사람부터 가입 기간이 1년 늘 때마다 연금 지급액이 1만원가량 삭감된다.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인 사람은 10만원만 받게 된다.

물론 지금은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많지 않다. 현재 소득 하위 70% 이하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90%는 가입 기간이 10년에 못 미친다.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국민연금이 가입 대상을 도시지역 자영업자로 확대한 시점이 1999년이어서 아직 장기 가입자 기반이 두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 기간 20년 이상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2030년이 되면 기초연금 지급액(49조3000억원)이 현행 기초노령연금이 존속할 경우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액(53조6000억원)보다 작아진다. 바로 이 대목에서 국민연금 가입자가 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현 노인 세대의 복지를 위해 미래 세대의 복지를 희생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혜택도 계산해야

이에 대해 정부는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아가는 현행 국민연금의 지급 구조를 감안하면 장기 가입자가 손해보는 일은 절대 없다고 주장한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장은 “세대 차별 주장은 국민연금 지급 시 낸 보험료보다 더 주는 금액을 떼어놓고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틀린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월평균 200만원을 벌면서 2014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A씨의 미래 연금소득을 사례로 들었다. A씨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15년 내고 만 65세에 이르면 그는 국민연금으로 32만6010원, 기초연금으로 19만1407원을 받게 된다. 자신이 낸 보험료를 뺀 공적연금 이익금(국민연금+기초연금-국민연금 납부보험료)은 매월 38만2417원이 된다. 만약 가입 기간을 5년 더 늘려 20년이 되면 국민연금으로 42만5940원, 기초연금으로 15만8127원을 받게 돼 이익금은 월 40만4067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이 “가입 기간이 길수록 가입자가 받는 총급여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근거에서다.

○젊은 층에는 현 제도가 이익

그럼에도 청·장년층에는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가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먹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2028년이 되면 소득 하위 70% 이하인 모든 노인에게 현재 가치로 20만원을 지급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50세인 국민연금 가입자는 2028년 소득 하위 70% 안에만 들면 무조건 현재 가치로 20만원을 받지만, 이 사람이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다면 기간에 따른 기초연금액을 삭감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복지부도 이 부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기초노령연금은 처음부터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에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그동안 예견돼온 문제점을 바로잡은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