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끝나면 유난히 허리 통증(요통)을 호소하는 중장년 여성이 많다. 추석 명절이 지난 뒤 허리가 아프다는 아내를 보노라면 “왜 저럴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것이 남편의 마음이다. “좀 쉬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위안하는 것이 거의 전부다. 하지만 척추질환은 생활습관병이다. 불편한 자세가 오랜 세월 축적돼 서서히 척추를 무너뜨리는데, 추석 같은 명절에 혹사당하는 가사노동 등이 집중되면서 일시에 건강문제가 불거진다. 척추환자가 많은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좌식 생활과 가사노동의 특징 때문이다. ‘한국형 가사노동 디스크’로도 불리는 여성의 노동 형태에 따른 유형별 척추질환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한경·자생한방병원 공동기획
○‘허리 혹사’ 농촌형 가사노동

집안일을 할 때 젊은 사람들과 달리 ‘쪼그려’ 앉아 일하는 데 익숙해진 어머니들. 여기다 손주까지 업고 나면 어머니들의 허리는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생한방병원이 내원한 여성 척추질환자 120명을 조사한 결과, 25%가 가사노동 중 가장 힘든 자세로 ‘쪼그려 앉기’를 꼽았다.

이런 자세는 허리 뒤쪽 근육을 심하게 늘려놓는다. 게다가 휴식과 스트레칭으로 풀어주지 않아 늘어난 채로 경직된다. 이에 따라 척추 형태가 서서히 변형돼 허리를 똑바로 펴기 힘들어진다. 결국 척추뼈 사이의 말랑말랑한 디스크가 탄력을 잃어 얇아지고 척추뼈 사이가 좁아지는 퇴행성이 진행된다.

이들 여성에겐 3단계 치료법이 권장된다. 우선 피로물질이 쌓인 근육을 풀어주고 척추뼈의 형태를 바르게 하는 추나치료(뼈의 위치를 바로잡는 자세교정)로 체형을 바로잡는다. 다음엔 뼈와 근육·인대를 강화하는 한약으로 척추와 주변 근육 인대를 튼튼하게 해 척추의 퇴행을 막는다.

마지막으로 인체 면역력을 높이는 약침치료와 좁아진 척추뼈 간격을 늘려주는 신연치료, 통증 부위의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물리치료를 한다.

○‘허리 경직’ 도시형 가사노동

허리를 혹사시키는 노동도 문제지만 허리를 너무 움직이지 않는 가사노동도 독이다. 식사 준비나 다림질, 청소기 사용 등 장시간 한 자세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허리에 무리가 간다.

디스크는 무혈조직이라 주변 근육을 부지런히 움직여 혈액을 보내줘야 한다. 하지만 한 자세로 오래 앉거나 서 있으면 디스크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떨어져 척추가 퇴행한다. 또한 많은 주부들은 운동부족으로 허리 근육이 약해져 있다.

특히 폐경기가 시작된 50대 주부들은 근육과 인대 뼈가 급속히 약해져 척추질환 위험요인이 커진다. 가사노동과 자세에 대한 조사에서도 주부들은 설거지(20.8%) 걸레질(20%) 청소(15%) 육아(12.5%)의 순서대로 허리가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약물요법은 세 가지 방법으로 시행한다. 디스크와 신경 염증을 가라앉히는 핵귀요법, 인대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양근요법, 뼈를 강화시키는 보골요법이다. 한번 통증이 시작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묵직한 통증이 계속돼 누워 쉬는 주부가 많다.

하지만 만성 요통은 오래 쉴수록 악화한다. 허리 근육이 위축되거나 약해져 통증이 더 만성화된다.

척추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재활 치료를 하고 평소 스트레칭이나 목욕으로 통증을 감소시킨다. 자기 전 반신욕을 하는 것도 좋다. 따뜻한 청주 3분의 1병 정도를 부은 물에 배꼽 근처까지 몸을 담그면 뻐근한 느낌이 풀린다.

○‘한 번에 큰 힘’ 쓰는 가사노동

가사노동에는 단순 반복 작업도 많지만 한번에 허릿심을 크게 써야 하는 일도 흔하다. 보통은 허리가 바로 뻐근해지거나 불편하지만 경우에 따라 한참 뒤에 근육 경련이 생기면서 허리 통증이 오기도 한다.

둔한 통증이 있는 경증부터 걷기가 힘들 정도로 심한 중증까지 다양하다. 만성요통에 비해 통증 부위가 국소적이며 오른쪽이나 왼쪽 중 어느 한쪽 통증이 더 심하다. 추간판 탈출증(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하는 질환)이나 척추관 협착증(척추관 내의 점막이 부어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급성요통은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뼈와 관절 근육을 정상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으론 통증이 심한 부위에 침치료로 통증을 감소시킨다.

한약재에서 추출한 성분을 혈자리에 주사하는 약침요법, 인체에 무해하도록 정제한 봉침요법이 효과적이다. 약침은 염좌로 생긴 염증을 가라앉히고, 봉침은 염증을 완화해주는 동시에 가벼운 열감으로 뜸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동작침법도 좋은 효과를 낸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은 “걷기가 힘들 정도로 극심한 급성요통 환자가 시술 즉시 보행할 정도로 임상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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