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남편과 같은 혐의 적용될 수도"

인천 모자 살인사건과 관련,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모(29)씨 외에 정씨의 아내 김모(29)씨도 범행 초기 단계부터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던 김씨를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김씨가 모자를 살해하는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돼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김씨에게 남편 정씨와 같은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존속살해, 살인, 사체유기, 사체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0일 정씨가 청테이프와 비닐 등 범행에 사용할 도구를 구입할 당시 김씨도 함께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정씨의 범행 준비 단계부터 김씨가 가담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김씨는 남편이 지난달 14∼15일 경북 울진과 강원도 정선에서 시어머니 김모(58·여)씨와 시아주버니 정모(32)씨의 시신을 유기할 당시 함께 있었지만 살해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김씨는 "이혼 얘기가 오가던 남편으로부터 화해 여행을 가자는 연락이 와 따라나섰을 뿐"이라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시신을 넣은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남편이 유기한 것 같아 경찰에 알렸다"고 진술한 바 있다.

정씨도 "아내는 시신 유기 당시 수면제를 먹고 차 안에서 자고 있었다"며 "아내가 시신 유기 장소를 알고 있을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러나 정씨 부부가 사전에 입을 맞추고 허위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정씨와 결혼 후 특별한 직업이 없는 김씨는 평소 범죄 관련 서적이나 살인사건을 다룬 시사프로그램을 즐겨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지난 5∼7월 자신의 컴퓨터에 살인사건 등을 다룬 프로그램을 29건이나 내려받은 이유를 추궁받자 "아내의 꿈이 프로파일러다. 아내가 내려받은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정씨 부부가 모자 실종 당일인 지난달 13일께 어머니 집에서 모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살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정씨가 삽과 비닐 등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울진에 버렸다고 진술함에 따라 울진에서 범행도구를 찾고 있다.

어머니 김씨와 장남은 지난달 13일 인천에서 실종됐다가 각각 23일 강원 정선, 24일 경북 울진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