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뚝' 떨어졌지만 아이디어 '똑' 소리나니까~신보, IP보증 대출 '뚝딱'
서울 강남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넷큐브테크놀러지는 모바일용 보안프로그램으로 한동안 꾸준한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비슷한 형태의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2010년부터 매출액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돌파구를 찾던 넷큐브는 초·중·고교생들의 스마트폰 소지가 늘면서 학교 수업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라는 얘기에 주목했다. 이에 착안해 교사가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점심시간 등 미리 입력한 시간대에만 스마트폰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넷큐브는 이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에 힘입어 지난달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 보증을 받아 사업화 자금을 마련했다. 종전까지 매출이 줄어드는 기업은 보증을 받기 힘들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기술만으로 보증을 받는 기업이 늘고 있다. 매출액 등에 상관없이 지식재산의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는 IP보증 덕분이다. 신보가 지난 5월 처음 선보인 IP보증은 4개월여 만에 보증건수 105건, 보증잔액 279억원을 기록했다. IP보증이 기업의 새로운 자금마련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자동차 커넥터 제조업체 럭스콘테크놀로지도 기술력 하나로 지난달 신보의 IP보증을 받았다. 럭스콘은 해외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자동차 커넥터를 국산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럭스콘은 2010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다소 감소했지만, 이미 갖고 있는 관련 특허 등을 감안해 연구개발(R&D)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제주도에 있는 화장품 제조업체 스킨큐어는 현지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기능성 화장품의 시장성을 높게 평가 받아 IP보증을 받았다. 서울에서 영업 중인 벽지, 타일 제조업체 쎈지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특허를 받아 IP보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IP보증은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R&D를 진행하는 기업, IP를 인수하는 기업, R&D를 사업화하는 기업,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 등이다. 각 단계별 보증한도는 5억~10억원이다. 보증비율은 창업기업이 95~100%, 일반기업은 90~95%까지 적용된다. 기업들은 보증을 통해 은행 등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초기 R&D를 진행 중이거나 이를 사업화하는 단계에 있는 기업들은 R&D관련 독립 부서가 있어야 보증을 받는 데 유리하다. 신보 관계자는 “별도 공간에서 연구개발 업무 만을 수행하는 전문 인력과 조직이 있다면 보증 지원에 가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결과가 나왔다면 특허 등을 통해 권리 보호장치를 갖추는 것이 보증에 유리하다. 비슷한 기술 개발을 막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권까지 확보한 기업이라면 이를 상품에 적용한 후 매출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특허권 한 건당 1억원을 보증받을 수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