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 돈을 그대로 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장사도 접고 나왔습니다.”

추석 연휴 뒤 첫 영업일인 23일 오후 동양증권 서울 마포지점에서 만난 A씨(53)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정리하러 나왔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동양증권 서울 을지로 본사에도 이날 CMA, 주가연계증권(ELS) 환매와 관련한 고객 문의가 이어졌다. 기대를 걸었던 오리온의 지원 거절로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계열 증권사인 동양증권으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동양증권은 고객이 투자를 위해 맡긴 돈은 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계없이 법에 따라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펀드 투자금은 신탁회사에 맡겨져 전액 보호되고 있고 CMA 환매조건부채권(RP)형, 고객 예탁금 등도 투자한 채권이 있거나 외부 기관에 예치돼 있다는 설명이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2조원 규모의 CMA RP형은 판매액의 105%가량을 국공채로 보유하고 있고, 증권투자자가 맡긴 5조원가량의 고객 예탁금도 전액 증권금융에 예치돼 있기 때문에 환매나 출금 요청이 몰려도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동양증권과 동양자산운용 본사에 검사역을 보내 동양그룹의 유동성과 계열사 기업어음(CP)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발행한 CP 중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4900억원어치는 전액 동양증권에서 판 것으로 파악됐다”며 “판매 시에 투자 위험을 충분히 알렸는지, 부당 권유가 있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룹의 위기가 동양증권의 유동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불완전 판매나 증권사 직원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동양그룹의 자구책이 나올 때까지는 동양증권에 대한 고객 불안은 쉽게 사그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안대규/윤아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