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둔 외국인과 개인 간 ‘추석 혈전’에서 외국인이 또 다시 승자가 됐다. 추석을 앞두고 개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짧은 기간 적지 않은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한 지난주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에선 8개 종목이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96%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추석 연휴를 앞둔 공방전이 일방적인 개인의 손실로 결말지어진 셈이다. 시쳇말로 ‘죽는 것은 모두 조조군(애꿎게 힘없는 자만 희생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 격의 상황이 재연됐다.

지수 2000 단물 못먹는 개미들…사면 빠지고 팔면 오르고…고향 가는길 또 빈털터리

○지수 2000 공방전, 피본 개미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0.39% 하락한 2005.58에 거래를 마쳤다. 장 시작부터 마감 때까지 2000을 중심으로 18일 연속 순매수(3874억원)한 외국인과 펀드 환매수요가 몰려 2019억원을 순매도한 투신권을 주력으로 한 기관(3326억원 순매도)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지수 상승을 이끌던 ‘대장주’ 삼성전자가 2.74% 하락한 138만6000원을 기록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일 계속된 상승 피로감이 생겼고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기관 경계매물이 늘었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지수상으로는 외국인과 펀드환매 매물 간 대결이 팽팽했지만 전투의 내용을 살펴보면 상황이 크게 갈렸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석 혈전’이 본격화한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거의 모두 큰 폭의 하락률을 보였다. 개인들이 1782억원을 누적 순매수한 LG디스플레이는 6.86% 급락했다. 개인이 많이 사들인 호텔신라(-2.72%), 제일모직(-1.13%), 포스코(-2.37%), 스카이라이프(-13.14%) 등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반면 외국인은 삼성전자(3.79%), SK하이닉스(4.75%), 현대차(3.02%), 현대중공업(5.56%) 등 순매수 상위종목이 모두 약진했다.

이처럼 ‘추석 혈전’이 개인의 일방적 패배로 정리된 배경으로 외국인이 소재·산업재를 중심으로 사들인 반면 개인은 단지 낙폭이 크다는 이유로 글로벌 경기회복 수혜에서 한 발 비켜서 있는 정보기술(IT)주와 내수주를 주로 매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많이 높아졌지만 종목별로는 외국인이 매수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일부만 오르고 있다”며 “외국인이 화학과 철강, 조선, 은행 등 소재·산업재를 바스켓(여러 종목을 묶어서 사는 것)으로 사는데 비해 개인은 시장의 전망이 좋지 않은 내수주를 단순히 낙폭과대란 이유로 사는 다른 패턴을 보였다”고 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개인은 전통적으로 주가가 많이 빠진 ‘가격’에 중점을 두고 사는 전략을 취한다”며 “주가가 낮은 종목은 기업실적이 좋지 않은 등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인데 오르는 주식을 따라잡기보다는 많이 빠진 종목에 집중하다 보니 수익률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연기금, 외국인과 다른 스텝

외국인과 함께 주식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은 외국인과 다른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외국인과 연기금은 특히 IT, 인터넷 관련 기업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외국인은 9일 이후 삼성전자 주식을 979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가장 많은 ‘실탄’을 쏟아부었다. 반면 연기금은 ‘매도 종목 리스트’ 1위에 삼성전자를 올렸다. 이 기간 총 653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네이버도 두 주체의 시각이 엇갈렸다. 외국인들은 2276억원 매수 우위(매수액 기준 4위)를 보인 반면 연기금은 337억원 매도 우위(매도액 기준 2위)를 보였다.

김동욱/송형석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