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이 열린 국회 사랑재 안팎에서는 16일 내내 부드러운 덕담과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갔다. 3자회담 직전 박 대통령의 러시아·베트남 순방 설명회가 열릴 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정작 3자회담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진행됐다.

당장 박 대통령이 사랑재에 도착하기 전부터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박 대통령을 기다리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미리 준비한 서류를 테이블 위에 늘어놓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공부를 사전에 하고 와야지, 여기서 하면 어떡합니까”라고 농담을 던졌다.

반면 순방 설명회는 덕담 속에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오늘 민의의 전당에 와서 국민의 대표인 여러분께 순방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드릴 기회를 갖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설명회 말미에 노숙투쟁을 하고 있는 김 대표에게 “건강이 괜찮냐”고 물었고, 3자회담 모두발언 때도 “(김 대표가) 내일 회갑을 맞으시는데 오늘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건강에 유의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3자회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분위기는 다시 급랭했다. 김 대표가 거듭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3자회담 참석자들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다 보니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