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모바일 서베이회사 '아이디인큐', 수개월 걸리는 설문조사도 단 3일만에 끝내
“전화가 가정에 보급되는 데 100여년, PC는 20여년, 인터넷은 10여년이 걸렸습니다. 스마트폰은 2009년 말 아이폰이 나온 뒤 5년도 되지 않았는데 전 국민이 쓰고 있고요. 다음은 얼마나 걸릴까요?”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 ‘오픈서베이’를 제공하는 아이디인큐의 김동호 대표(26)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물었다. 그는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매체는 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업이 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모바일 설문조사 서비스 ‘오픈서베이’를 개발한 아이디인큐의 김동호 대표(왼쪽 두번째)와 직원들. 스마트폰과 태블릿 앱을 통해 단 며칠 만에 설문조사를 끝낼 수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모바일 설문조사 서비스 ‘오픈서베이’를 개발한 아이디인큐의 김동호 대표(왼쪽 두번째)와 직원들. 스마트폰과 태블릿 앱을 통해 단 며칠 만에 설문조사를 끝낼 수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성장하는 모바일 리서치 시장

아이디인큐가 제공하는 오픈서베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설문조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웹사이트에서 설문 내용을 작성하면 스마트폰 앱인 ‘오베이’ 가입자 중 설문조사 대상에게만 설문이 보내진다. 예전에는 3~6개월, 심지어 1년 남짓 걸리던 조사도 오픈서베이를 이용하면 단 며칠 만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빠른 것이 특징이다. 조사 대상자 입장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편하게 설문에 참가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창업한 것은 연세대 산업공학과 3학년 때인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 교환학생으로 간 게 계기가 됐다. 그는 “그곳 학생들은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서너번의 창업을 경험한다는 사실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2011년 말 문을 연 이 회사는 창업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3M CJ 현대카드 존슨앤드존슨 옥시레킷벤키저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유명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그만큼 신속한 시장 조사에 목마른 기업이 많았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올초까지만 해도 모바일 리서치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 많았다면 이제는 대부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조사 방법을 통해 결과를 얻어 봤자 이미 이용자들의 취향도, 구매 패턴도 바뀌어 있다”며 “실시간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전략 자체를 짤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기존 리서치 업체도 더 이상 관망하지 않고 모바일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올해 들어서만 두 개의 주요 리서치 업체가 모바일 시장에 나섰다”며 “각 리서치 회사의 모바일 투자는 늘고 있으며 앞으로 3년 내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정보 신속 습득이 핵심

모바일 리서치는 간편하고 빠를 뿐더러 기존에는 시도할 수 없었던 다양한 조사를 해볼 수 있다. 아이디인큐와 현대카드가 함께 한 ‘판촉물(DM) 피로도 조사’가 대표적이다. 현대카드가 ‘20% 할인’ ‘오늘 하루 반값’ 등 DM 문자를 보냈을 때 이용자가 얼마나 피로를 느끼는지 조사하기 위해 현대카드의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에 오픈서베이 서비스를 결합한 것. 이용자가 한 달 동안 DM 문자를 얼마나 받았다고 느끼는지 조사한 뒤 CRM에 남아 있는 고객의 DM 수신 기록과 비교해 피로도를 측정, 맞춤형 판촉을 할 수 있다.

지금은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가 주력이지만 김 대표는 “모바일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모바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매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이 빠르게 퍼져 모두가 쓰고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리서치 채널이 됐을 뿐 다음에는 웨어러블 기기나 또 다른 새로운 매체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며 “어떤 매체가 시장을 장악하든 기업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시장 정보를 얻는 도구와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