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금기' 맞은 장년층 '마음의 건강' 회복할 때…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돼….” 감미로운 옛 노래가 저절로 생각나는 요즘이다. 기승을 부리던 8월의 폭염도 이제 완연히 꺾였다.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은 여름 한철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을 위로해 준다.

최근 힐링(heal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힐링은 아픈 몸과 마음을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라면 가을은 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힐링 종합선물세트가 아닐까 싶다.

1년 사계절 주기를 인간의 전체 인생주기라고 볼 때 가을은 여름이라는 청년기를 지나 겨울의 노년기로 가는 길목으로 볼 수 있다. 푸른 열정이 성숙으로 무르익는 황금기다. 들뜨고 힘들었던 여름을 진정시키고 겨울을 준비할 수 있도록 허락된 힐링의 계절인 셈이다.

한국의 힐링 열풍은 주로 방송, 출판물을 통해 확산됐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등장한 힐링이 상술이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는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힐링의 과잉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 사회는 힐링이 필요하다. 특히 50~60대 장년층은 한국이 단기간에 세계 국내총생산(GDP) 12위 수준까지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분주한 삶 속에서 마음 건강을 챙기며 정서적 토양을 다질 여유는 없었다. 노년을 앞두고는 정작 자신의 취약한 노후준비와 마주하게 됐다.

결국 인생의 힐링 타임이 돼야 할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은퇴 시기와 맞물린다. 은퇴와 더불어 배우자와 자녀들과 관계, 일과 삶의 의미, 자아 정체성 등 이전에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결핍과 갈증을 채우려는 욕구가 힐링 코드와 접속하면서 50~60대 장년층을 중심으로 힐링은 정서적 공감과 위로의 수단이 됐다.

가을이 오면 황금빛 감성이 출렁인다.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장년층은 살아오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가올 노년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갈 것인지도 고민해 보자. 나이가 들면서 다들 몸 건강은 부지런히 돌보지만 마음의 건강은 외면하기 십상이다.

결핍된 마음을 채우고 넘치는 마음은 비우는 힐링의 과정을 통해 마음 건강을 회복할 시기다.

박기출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