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사진)이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의 중재로 미국의 시리아 군사 개입 추진력이 한풀 꺾이며 세계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해온 ‘시리아 리스크’가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화학무기 폐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며, 시리아의 시간끌기 전술일 뿐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12일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는 화학무기를 국제사회 통제 아래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위협은 화학무기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러시아가 제안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왈리드 알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에게 화학무기 폐기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알무알렘 장관은 “러시아와 이미 합의했다”고 답했다. 그는 “화학무기의 위치를 밝히고 생산을 멈출 준비가 됐다”며 “이 시설들을 러시아, 유엔, 다른 국가들로 이뤄진 대표단에 보여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리야드 하드다시 주러 시리아 대사는 “공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넘어갔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국제사회가 러시아 중재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선언을 하면 우리도 곧바로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시리아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제안이 성공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무력 없이 화학무기 위협을 없앨 수 있는 잠재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무작정 무력 개입을 주장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에 따르면 현재 100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군사 개입에 찬성하는 측은 25명으로 지난 6일보다 오히려 줄어든 반면 반대하는 쪽은 10명 늘어난 29명이다.

하원에서는 반대 기류가 더 심해 전체 435명 가운데 31명만이 찬성 의견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시리아 사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이 실패할 경우 군사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오히려 반대파가 늘고 있다.

미국의 답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12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러 회담에서 나올 전망이다. 러시아와 미국은 러시아가 제안한 시리아 화학무기 4단계 폐기안을 가지고 각국 무기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한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제시한 단계별 폐기에 미국이 동의하면 유엔의 지지 성명과 안보리 관련 결의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금값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2% 넘게 떨어졌다. 외신들은 미국이 시리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불확실성 변수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시리아 간 군사 대결의 위협이 줄면서 금융시장의 긴장이 풀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시간끌기 전략에 관심이 없지만 시리아 화학무기를 국제기구 통제 아래 두는 것은 확실히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는 유엔이 결의안 초안을 만드는 절차를 진행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