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이 금융감독 당국 및 모친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으로부터 동양그룹 지원을 위한 사재 출연을 요청받고 깊은 고민에 빠져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이며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동생이다.

이와 관련, 오리온은 12일 “(동양그룹과 관련해선) 입장이 없다는 게 오리온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오리온 관계자는 “동양그룹 지원과 관련해 현재 회사 내 움직임은 전혀 없으며 오너와 관련된 일이라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오리온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모친으로부터 동양그룹을 지원해 주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남편(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외국 출장 중이라 돌아오면 상의해 알려드리겠다”고 모친에게 답했다. 담 회장은 러시아 중국 등 출장을 마치고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이 부회장과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와 재계는 오리온 이 부회장 측이 대단히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오리온이 동양그룹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오리온은 2001년 동양그룹과 계열 분리했으며 지난해 이 부회장의 모친 지분 15만9000주(2.66%)가 시장에 매각돼 지분관계도 완전히 정리됐다.

또 이 부회장(14.49%)과 담 회장(12.91%)의 오리온 지분을 담보로 맡기는 방식 등으로 자금 지원에 나섰다가는 오리온 경영권마저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모친이 간곡히 부탁하고 나선 데다 담 회장 등이 회삿돈 횡령 유용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만큼 어느 정도 성의 표시는 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담 회장은 지난 4월 300억원의 자금 횡령 유용 등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오리온의 모태가 동양그룹이고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 부회장 측이 경영권에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오리온 관계자들을 통해 이 부회장 측의 입장을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이 부회장 측은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담 회장과 충분히 상의하되 결론은 조만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