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협업·창의력 '3C'가 신입이 갖춰야 할 핵심역량
지원자들이 인문서적 등록…토론식 면접으로 소양 평가
"독서 통해 대화의 폭 넓어져 직면한 문제 해결책도 보여"
전홍철 KB국민은행 인사팀장(사진)은 1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열린 ‘한경·KB국민은행 잡콘서트’에서 국민은행이 찾는 통섭형 인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경 잡콘서트는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매거진이 공동 주최하고, 취업준비생들이 직접 기획해 만든 이색 채용설명회다.
원서접수를 마감해 서류 합격자 발표와 필기시험 및 면접을 앞둔 국민은행 취업준비생 200여명은 이날 4시간 내내 자리를 뜨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채용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전 팀장은 열정적 강의를 통해 ‘소통, 팀워크, 창의력’을 강조했다. 그의 특강 내용을 소개한다.
◆KB가 생각하는 ‘통섭형 인재’는
전 팀장은 “통섭형 인재에 대한 생각은 ‘토익 900점과 850점의 차이는 뭘까’에서 시작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다기에 취득한 금융 관련 자격증, 없으면 불안한 해외 어학연수 경력을 위해 들이는 취준생들의 비용과 노력이 그 실질적 가치에 비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은행 업무의 대부분은 고객과의 소통과 공감에서 시작합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데 과연 토익 성적이나 자격증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을까에 의문을 품었죠.”
전 팀장은 국민은행 신입행원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3C’를 제시했다. 이는 소통능력(communication), 협업능력(cooperation), 창의력(creativity)을 말한다. “KB국민은행은 3C를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통섭형 인재 채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고객층과 깊게 소통하면서 창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경제금융에 대한 지식과 함께 넓은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3C 중 지난해 첫 시도한 ‘통섭형 인재’에서 새로 추가된 것은 바로 ‘팀워크’. 국민은행은 팀워크를 평가하기 위해 올해 1차 면접에 ‘조별면접’을 도입하고, 단체 PT 등 다양한 전형을 시도했다.
국민은행은 입사지원서에 전공·학점·어학점수란도 없다. “스펙란을 없앤 것은 단순히 열린채용을 지향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금융지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금융 전문가인 고객들과 ‘금융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 소통할 수 있어야 하죠.”
◆KB 추천 인문학 서적 40선
올 하반기 채용 입사지원서에서 국민은행은 인문학 관련 서적 40권을 예시도서로 제시하고, 지원자가 읽은 인문학 도서를 10권 이내에서 등록하도록 했다. 물론 추천도서 외에도 본인이 읽은 인문학 도서를 등록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지원자가 등록한 도서를 주제로 토론식 면접을 진행해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한다.
어떻게 지원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할 수 있을까. 전 팀장은 “과거엔 기업이 스펙이 우수한(talented) 인재를 선호했다”며 “지금은 열정과 소통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조직 내외부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경청할 줄 아는 사람, 즉 올바른(right) 인재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전형에서 역사·문학·철학적 이슈와 KB국민은행이 제시하는 핵심가치를 접목한 질문에 지원자들이 당황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평소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 팀장은 회사는 조직이기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인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와 틀리다’와 ‘나와 다르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다르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지만 틀리다고 생각하면 단절됩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더라도 소통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가 찾는 인재입니다.”
◆책 속에 스승이 있다
‘인문학적 소양을 보유한 통섭형 인재’ 채용 프로세스를 총괄하고 있는 전 팀장 자신도 독서광이다. 사무실에서는 물론 화장실에 갈 때도, 심지어 잠들기 전에 단 한 줄이라도 읽는 것을 철칙으로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는 책을 가까이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책 속에서 여러 가지 직면한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잡콘서트에 참석한 한 취준생이 인문학 서적에 대한 힌트를 달라고 하자 전 팀장은 “작년에 가장 많이 꼽은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단순히 인기가 많아서 선택하는 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린왕자’라는 소설책을 읽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함께 금융인으로서의 소명을 찾는다면 그게 정답이죠.”
전 팀장은 “입사한 이후에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각오를 해야 한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신입행원 시절, 지점 인근 점포를 방문해 제 명함을 드리고 상품 소개를 했습니다. 그날 비가 많이 내렸는데, 지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진흙길 위에 발자국이 찍힌 제 명함이 보이는 거예요. 순간 울컥했죠. 이후 더욱 열정적으로 영업활동을 했어요. KB국민은행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을 수 있는 열정과 의지를 지닌 분들과 위대한 KB국민은행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