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또 전산사고…55분 거래 지연
한국거래소가 올 들어 세 번째 전산 사고를 일으켰다. 12일 거래소에 상장된 183개 종목의 거래가 한 시간 가까이 중단됐다. 잇따른 전산 사고로 한국 증권시장의 ‘심장’인 거래소 신뢰성에 금이 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거래 지연 사고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전 10시25분까지 약 55분간 발생했다. 거래 체결이 지연된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27개와 상장지수펀드(ETF) 3개, 신주인수권 2종, 주식워런트증권(ELW) 151개 등 총 183개다.

거래 체결이 지연된 종목은 LG화학, 한화손해보험, 부국증권, 세아베스틸, 동양강철, 대신증권, 세방, 현대차우, 삼진제약, 이수화학, 대한유화, 유니켐, 청호컴넷, 현대산업, 신일건업, 아주캐피탈, 진양홀딩스 등이다.

단기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SH에너지화학 우선주를 30분마다 단일가 매매하는 과정에서 거래소 운영 프로그램이 인지하지 못하는 주문 한 건이 들어왔고 이로 인해 같은 관리 그룹에 속한 종목들의 거래가 일제히 중단됐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거래소는 상장 종목을 60개 그룹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이 중 45번째 그룹에서 오류가 나타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하드웨어가 아닌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산 사고 발생 원인을 면밀히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래 지연 시간 동안 이뤄진 주문은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됐다. 접수된 주문을 거래소 서버에 저장해 놓았고 오전 10시25분께 시스템이 정상화된 후 접수 순서대로 거래를 일괄 처리했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사고에 따른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굳이 피해라고 하면 기회비용의 문제”라며 “사고 발생 시간 동안 코스피지수가 겨우 1%포인트 움직인 만큼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상 규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것을 입증하면 현업 부서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장 검사를 나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7월16일엔 거래소 서버관리 기계실의 전선 지지용 부품이 파손되면서 미국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의 야간 선물시장 거래가 세 시간 동안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날인 15일에도 지수통계 담당 전산 서버 문제로 코스피지수 송출이 약 한 시간 동안 지연된 바 있다.

송형석/황정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