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주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앞다퉈 중국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낭비 풍조'를 없애기 위한 '반(反)부패'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 정부가 값비싼 고도주 소비에 제동을 걸면서 상대적으로 저가인 '저도주'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최근 오는 2017년까지 수출액 2500만 달러, 주류수출 점유율 50% 달성을 골자로 하는 중국시장 사업계획안을 확정, 발표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에 이어 중화권을 제2의 해외 거점시장으로 육성한다는 복안으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부터 공략해 매출 성장세를 견인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증류식 소주 명품진로(30도)를 중국 현지에서 내놓고 현지 시장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처음처럼'으로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롯데주류도 북경, 산동, 광동으로 한정됐던 중국 내 판매망을 중경, 하남, 하얼빈으로 확장해 현지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롯데주류는 아울러 연초부터 최고급 수제 청주인 '설화'와 '고려 인삼주'를 새롭게 수출하면서 주종의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반부패 개혁 정책으로 고도주(高度酒) 중심의 백주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말 취임과 동시에 공무원 사회에 새로운 기풍을 촉구하는 '8개항 규정'을 내놓고 공직사회에 낭비 풍조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각 성(成)에 공문으로 하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50도 이상의 값비싼 독주가 공무원 및 군인들 사이에서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개혁 선언으로 고가(高價)인 고도주의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는 게 국내 주류업체들의 시각이다.

실제 최근 중국 시장 내에서도 백주 제품의 전반적인 알코올 도수가 내려가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백주인 '마오타이'도 최근 알코올 도수를 38도, 43도, 53도 등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두 회사의 해외 주력 시장인 일본으로의 수출이 부진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일본 수출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막걸리는 한류 열풍이 사그라들며 오히려 수출량이 급감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막걸리 수출량은 6359㎘로 지난해 상반기 1만4721㎘보다 무려 56.8%나 줄었다. 지난해는 전년 동기 대비 40.3%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더 빠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막걸리 수출량의 80% 이상이 일본으로 가는 물량"이라며 "한류 붐을 타고 일본 시장 내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막걸리가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것도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현재 80~90조 원 규모인 중국 주류시장이 조만간 150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종이 다양화되고 유통망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해외법인 중 여전히 주력은 일본 시장이지만 향후 잠재성과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중국을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현재 3000개 수준인 오프매장을 5년 내 1만개까지 늘려 매년 30% 이상씩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확실하게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