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지질공원인 원타이산 훙스협곡. 아시아의 그랜드캐니언이다. 신경훈 기자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지질공원인 원타이산 훙스협곡. 아시아의 그랜드캐니언이다. 신경훈 기자
중국에는 “베이징에서 집 자랑 하지 말고 상하이에서 돈 자랑 하지 말고 중원(현 허난성)에선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허난성이 태극권의 발상지고 주민 대부분이 어려서부터 태극권을 연마해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중원의 빼어난 경치는 외부세계에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의 중앙에 있는 허난성은 면적의 45% 정도가 구릉과 산지로 이뤄져 어느 지역보다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윈타이산의 훙스협곡과 펑린협곡, 그리고 톈구이산의 기암절벽은 관광객의 넋을 앗아갈 만큼 아찔하다.


○아시아의 그랜드캐니언 윈타이산 훙스협곡

중국 허난성 자오쭤시에 있는 윈타이산은 구름이 머물러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윈타이산에 가까이 가면 구름뿐 아니라 시간도 멈춰서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윈타이산은 수십억년에 걸쳐서 형성된 협곡을 비롯해 11개의 절경을 자랑한다.

그중 첫 번째가 훙스협곡이다. 붉은 돌의 협곡이란 뜻의 훙스협곡은 아시아의 그랜드캐니언이다. 평지에서 계단을 따라 협곡 바닥 쪽으로 수십미터 내려가면 수십억년에 걸쳐 만들어진 붉은 바위층이 좌우로 펼쳐져 있다. 그 바위벽을 바라보면 자연의 신비함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반도의 자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어서 한국인에게 특히 인기 있다. 촘촘하게 층이 진 바위는 온갖 신기한 모양을 띠고 있다. 발 밑으로는 새파란 물이 흐른다. 협곡엔 길이 없다. 붉은 바위벽을 파내 길을 냈다.

그 길을 걸으면 물과 협곡이 합주하는 신비한 경치를 경험할 수 있다. 실개천 같던 물은 어느 순간 거칠게 내달리는 급류로 변한다. 사납게 흐르던 물은 이내 호수처럼 잔잔하게 숨을 죽인다.

훙스협곡의 백미는 끊임 없이 나타나는 폭포다. 좌우로 펼쳐져 있는 병풍 같은 붉은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를 바라보면 세상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깨끗이 씻겨 나가는 기분이다. 윈타이산의 훙스협곡은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변화무쌍한 경치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윈타이산의 비경 중 하나인 펑린협곡은 웅장한 산맥과 그 사이에 생긴 거대한 호수로 이뤄져 있다. 그 호수 이름이 비취호다. 짙푸른 물을 보고 있으면 비취빛이 얼굴에 물드는 것 같다. 산 봉우리 부근 전망대에서 발밑을 내려다보면 기암괴석과 소나무, 그리고 호수가 어우려져 한 폭의 동양화가 펼쳐진다.

비취호 곳곳에 선착장이 있다. 그곳에서 기와지붕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따라가면 사방에서 신기한 모양의 바위들이 나타난다. 물결이 잔잔해 배가 가는지 아니면 떠 있는지 구분이 안 간다. 펑린협곡은 시원해서 좋다. 낮기온이 섭씨 36도를 넘었던 날에도 호수 한가운데서는 서늘한 바람으로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4.2㎞ 비취호 물길을 따라 가니 그림 속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경사가 가파른 바위산 톈구이산

아찔한 톈구이산 전망대.
아찔한 톈구이산 전망대.
차를 타고 자오쭤시에서 남쪽으로 2시간 정도 가면 톈구이산이 있다. 최고봉이 해발 1700m인 톈구이산은 경사가 가파른 바위산이다. 어떤 산봉우리는 능선 없이 90도 직각으로 서 있다. 이 산을 오르는 것은 아찔함의 결정판이다. 일단 자동차로 해발 1400m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차에서 내리면 관광용 10인승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 셔틀버스는 관광객을 태우고 산 봉우리 주변에 난 작은 도로를 따라 360도 돈다. 길 중간 중간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는 절벽 바깥 허공으로 돌출돼 있다. 전망대까지 이어진 계단을 건너며 아래를 쳐다 보면 절벽이 주는 공포감이 발길을 멈칫하게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톈구이산은 한마디로 짜릿하다. 발밑은 수백길 낭떠러지다. 관광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여기저기서 “와~” 하는 감탄사가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다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태극전설과 태극권 발상지

허난성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태극권이다. 허난성 정부는 최근 세계 최초의 태극권 극 ‘태극전설’을 완성했다. 극의 내용은 수백년 전 실제 있었던 이야기에 기초한다.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졌다. 남자는 우연히 동네 건달인 여자의 남동생과 싸움에 휩쓸리게 된다. 다툼 도중 여인의 남동생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죽는다. 분노한 여자의 오빠는 남자에게 목숨을 건 결투를 신청한다. 여인은 복수극을 피하기 위해 애쓰지만 실패하고 결국 연인과 오빠가 결투를 벌인다. 싸움 도중 여자는 연인에게 날아가는 칼을 몸으로 막고 죽는다.

중국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다. 대사는 없다. 배우들은 이야기 흐름을 표정과 태극권 동작을 사용해 나타낸다. 태극권 동작을 이용해 휘어지고 날아오르고 공중에서 도는 배우들의 몸동작이 압권이다. 애절한 음악과 어우러진 배우들의 연기는 대사가 있는 어떤 영화나 연극보다 관객을 몰입시킨다.

함께 관람한 사람들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아쉬운 것은 태극전설이 정기공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 순회공연을 하느라 자오쭤시에서는 명절이나 큰 축제가 열릴 때만 공연한다.

태극권의 발상지는 허난성 원현이다. 그곳에는 태극권조사당이 있다. 태극권을 창시한 진왕건 가문의 사당이다. 태극권의 역사를 모아 놓은 태극권박물관이 함께 있다. 태극권 수련생들의 시범공연도 볼거리 중 하나다.

허난성=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여행팁
기온 높지만 습도 낮아 '청명'…담백한 당나귀 고기 요리 일품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태극권극 ‘태극전설’의 한 장면.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태극권극 ‘태극전설’의 한 장면.
허난성의 수도 정저우로 가는 항공편은 두 가지다. 대한항공이 주 7회(매일 1회), 중국남방항공이 주 4회(화·수·토·일) 인천~정저우 구간을 운항한다. 정저우에서 윈타이산이 있는 자오쭤시까지는 차로 1시간30분 거리다.

[Travel] 발 아래 구름, 그 아래 기암절벽…대륙이 품은 '중원의 보석'
윈타이산 주변의 날씨는 온난하다. 한국보다 낮은 위도에 있어 전체적으로 한국에 비해 기온이 높다. 하지만 습도는 한국보다 낮다. 장마를 피하면 여행하는 데 불편하지 않다. 가을은 한국의 날씨처럼 맑고 청명하다. 겨울엔 최저 기온이 영하 2도 정도라고 한다.

자오쭤시에서 대표적인 호텔은 자오쭤영빈관, 자오쭤 산양 귀빈호텔, 자오쭤 데이스호텔 앤 수트 등이다. 숙박료는 공식적으로 스탠더드룸 기준 1박에 1600~2000위안이지만 인터넷 예약 할인 등을 통하면 500~600위안(한국돈 10만원 안팎) 정도면 된다.

허난성의 대표 음식은 당나귀 요리다. 정찬을 먹을 때마다 나온다. 모양도 맛도 소고기와 비슷하지만 더 담백하고 특유의 향취가 있다. 허난성에는 “하늘엔 용고기 땅엔 당나귀 고기”란 말이 전해 내려온다. 그만큼 이 지역 사람들은 당나귀 고기를 좋아한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레드캡투어 등의 여행사들이 윈타이산-톈구이산 관광상품을 팔고 있다.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사무소(visitchina.or.kr)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02)773-0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