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강력한 제재 방안을 발표, 그림자 금융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집행위 금융서비스담당 집행위원은 “그림자 금융은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그만큼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았다”며 “위험성을 정확히 밝히고 규제를 강화해 그림자 금융으로 인한 혼란의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아 위험성이 높은 금융기관과 금융 상품을 모두 일컫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데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 세계 그림자 금융 부문 거래 규모는 2011년 기준 51조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금융의 25~3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EU는 유럽의 그림자 금융 거래 규모를 24조유로로 보고 있다.

EU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대한 규제 강화를 들고 나왔다. 이번 방안은 MMF가 은행 예금처럼 원금과 일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려던 초기 방안보다 후퇴했지만 법이 규정한 지불준비금 외에 펀드의 3%를 추가 지불준비금(캐피털 버퍼)으로 반드시 마련토록 했다. 투자자들이 일시에 자금을 회수할 때 생기는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방안은 신용평가기관이 MMF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EU 집행위는 “투자자들은 MMF를 은행예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투자처로 알고 있지만 잘못된 것”이라며 “MMF는 다른 펀드 투자와 마찬가지로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에선 금융산업 자체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ICI글로벌의 트레이더인 댄 워터스는 “추가 지불준비금을 마련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불가능하고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EU 집행위는 금융 당국에 그림자 금융 부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당국 간 정보 교환도 허용할 방침이다. 그림자 금융 부문과 거래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위험 방지를 위해 더 많은 자기자본을 유지할 것도 요구할 계획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