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직원이 고객 증권계좌에서 20억원이 넘는 거금을 몰래 빼냈다가 덜미가 잡혔다. 해당 직원은 횡령 자금을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낸 사실이 발각돼 구속됐다. 증권업계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 돈을 유용하는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하나대투증권과 한화투자증권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터졌다.

4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M지점에 근무하는 윤모 대리가 고객 11명의 계좌에서 21억원가량을 횡령한 사실을 자체 적발하고 전날 경기 분당경찰서에 고발했다. 해당 직원은 긴급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

고객들이 증권계좌 카드를 지점에 맡겨놓거나 출금 관련 비밀번호를 쉽게 알려준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고객 계좌에 있던 자금을 무단으로 인출해 다른 증권사 친구 명의 계좌로 송금해 주식워런트증권(ELW)에 투자했다. 투자금액은 대부분 손실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직원을 해직 조치했고, 피해 고객들에게 피해금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체 감사로 횡령 사실을 적발해 경찰에 즉각 고발했고 금융감독원에도 사고 사실을 통보했다”며 “고객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는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증권사 내부 통제는 물론 금감원 감독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한화투자증권 지점 직원이 고객이 맡긴 증권카드 등을 이용해 고객 돈 2억5000만원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하나대투증권은 지점 차장급 직원이 1년간 개인적으로 고객들 돈을 모아 투자하다가 100억원대 손실을 낸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조진형/안대규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