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를 코앞에 둔 SK 횡령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과 피고인들이 범죄 혐의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등 마지막까지 대립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3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최태원 SK 회장이 주범이고, 최재원 부회장과 김원홍 전 SK 고문은 가담한 형태”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권고에 따라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에 최 부회장이 450억원 송금(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기재하긴 했지만 주된 기소내용(주위적 공소사실)은 종전과 같은 것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고문의 투자 권유를 받은 최 부회장이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자금 조달방법을 알아보고 최 회장의 승낙을 얻어 횡령했다’는 내용을 예비적 공소 사실로 추가했다. 기존 공소사실은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대표가 투자 위탁금과 기존 채무를 유지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횡령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최 회장 측 김지홍 변호사는 “SK 계열사에서 450억원을 선지급받은 것은 맞고 불찰이 있었지만 그 돈을 횡령할 줄 알았느냐가 마지막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 회장이 펀드 출자금 선지급 플랜에 대해 김 전 고문과 공모했다는 유일한 증거는 김 전 대표의 진술”이라며 “하지만 김 전 대표의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 부회장도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최 부회장 변론을 맡은 민병훈 변호사는 “펀드 출자에 관여해 송금을 지시한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 채 지시만 한 것으로, 검찰의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고문의 권유로 투자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2007년 1월 이후 투자 여력이 없었는데 어떻게 투자를 권유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박한 뒤 “수사기관과 1심에서 한 최 부회장의 자백이 허위자백이었다는 사실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미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용선 재판장은 “증거 중의 왕은 자백”이라며 “자백이 허위인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최후 진술에서 최 회장은 자신의 무죄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인 투자목적이든 동생(최 부회장)의 투자목적이든 회사 재산인 펀드 출자금을 유용하기로 김원홍과 공모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는 상당히 중요한 그룹의 일이며, 펀드를 많이 유치하고 활용해 그룹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 왔다”며 “2011년까지 3년 내내 펀드 활동을 하느라 해외에서 살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고문의 증인채택 무산과 관련, “실체가 납득할 만큼 나오지 못했고 그걸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덧붙였다. 최 부회장은 “1심에서 거짓 증언한 것은 죄송하다”고 짧게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 날짜를 13일에서 27일로 변경했다. 한편 이날 검찰의 별도 구형은 없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