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 거래일인 2일 코스피지수 반등을 이끌어온 외국인 투자자들의 힘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 단기적으로 한국 증시에서 지난주와 같은 강한 외국인 매수세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날 오전 10시5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03억 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팔자'로 장을 시작한 후 오전장 매수 우위와 매도 우위를 넘나드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도 제한된 구간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0포인트(0.12%) 오른 1928.66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외국인 매수세와 관련해 미국 양적완화(QE) 축소 우려 완화, 신흥국 시장 내 동남아시아 대비 한국의 안정성 부각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은 한국과 대만 증시에서 각각 11억4000만 달러, 4억2000만 달러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면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9억8000만 달러 규모 주식을 순매도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시각이 변한 이유는 안전·우량 자산 선호 심리 때문이며, 지난주의 경우 패시브펀드의 벤치마크 조정에 따른 영향도 가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코스피지수 반등은 신흥국 증시에서 한국시장 비중을 지나치게 줄인 투자가들이 다시 국내 주식을 매수한 언더커버(under cover) 랠리의 성격이 짙다" 면서 "지난주를 거치며 한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갭이 다소 축소됐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신흥국 성장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수로 달아오른 국내 증시의 상승 열기도 진정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공포지수가 다시 상승하는 등 선진국 증시가 악재에 민감해지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 선진국이 예정된 악재에 흔들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어 한국 증시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인 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증시의 본격 반등과 자금 유입은 여전히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위기설이 불거진 인도 등 일부 아시아 신흥국들은 대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자국 통화가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달 17~18일 열리는 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관련 사안들을 확인하면 외국인이 보다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낼 것이란 지적다.

박승영 연구원은 "미 FOMC 전까지 투자가들이 보수적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위험자산, 신흥국 증시 주식의 비중을 늘리기 어려울 전망" 이라며 "FOMC가 앞으로 정책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에서 나타난 외국인 순매수 확대 현상은 한국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성에 대한 신뢰 회복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기 완충능력에 대한 재평가일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도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올 들어 7월까지 9조 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반면 8월은 1조6000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며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가 전체 외국인이고, 보수적으로 올해 감소한 4.7%포인트 비중 중 절반이 회복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상 향후 외국인의 추가 순매수 가능 규모는 5조 원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